“언론 자유 보장하라” 유인물 배포했다가 징역 3년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됐다. 7년의 유신체제도 끝나야한다고 생각했다. 국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11월 13일, 윤보선 전 대통령의 자택에 뜻이 맞는 5개 단체가 모였다.
해직교수협의회, 자유실천문인협의회 등 5단체의 명의로 ‘나라의 민주화를 위하여’ 성명서를 배포했다.긴급조치·계엄령 철폐와 무엇보다 언론 자유를 보장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정치범을 석방하라는 요구도 담았다. 7년 간 유신체제가 이어진 데에 따른 최소한의 요구라고 생각했다.
성명서를 배포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당시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일체의 시위 등 단체활동을 금한다’는 내용의 계엄포고 제1호 발령된 탓이었다. 자택에 모인 것이 시위 및 단체활동이라고 보아 구속됐다. 같은 해 12월 계엄보통군법회의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법질서를 파괴하고 사회 혼란을 조장하는 행위를 저질렀다’고 판시했다. 항소에 상고 했으나, 1980년 징역 3년은 확정됐다.
검찰,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 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조용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부영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의 재심 재판에서 검찰은 무죄 선고를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어진 피고인 최후 진술에서 이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 사망 후에도 집권 세력이 유신체제를 계속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니까 이렇게라도 의사 표시를 해야겠다는 생각에 기자회견을 열었던 것”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7년간 유신체제가 이어져 수많은 사람들의 사형과 고문, 장기 징역형이 이어졌다"며 “그런 시대를 끝내면서 이런 목소리 마저 없었다면 그 사실이 치욕이 됐을것”이라고 밝혔다.
이 이사장은 선고 직전 최후진술에서 “검찰 쪽에서 무죄를 선고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는 엄청난 세상에 살고 있다"며 “오늘 재판부의 판결이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부당한 계엄령이나 헌법 유린 사태에 대한 경고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42년만의 무죄 선고
최후진술을 마치자 재판부는 2회 공판기일인 이날 증거조사를 마무리하고 “유사하게 처리된 다른 사건도 있고, 별도의 선고 기일을 정해 고령인 피고인을 다시 출석하게 하기보다 바로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 사건에 적용된 계엄 포고는 당시 헌법의 요건을 갖추지 못한 채 발령돼 무효”라며 이 이사장에 무죄를 선고했다.
선고 직후 42년만에 무죄 선고를 받은 소회를 묻자 “이런 날이 있기도 하다”며 편안한 소회를 밝혔다.
이 이사장은 “41년은 개인에게는 긴 시간이지만,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를 두고 보면 짧은 시간이다”며 “이런 판결들이 쌓여 미래의 불법적인 계엄령에 대한 경고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