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에 대한 당 안팎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성 지지층에 휘둘려 법안 신속 처리에 무게를 싣고 있다. 대선 주자들 역시 경선 일정이 코앞에 다가오자 ‘신중론’을 철회하고 강경 노선을 택하고 있다. 반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 등 현안마다 목소리를 내오던 청와대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끝까지 침묵만을 유지하고 있어 국민적 갈등으로 부상한 언론중재법에 수수방관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민주당에 따르면 대선 경선 후보 6명은 박용진 의원을 제외하고 모두 언론중재법 처리에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이 가운데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김두관 전 의원은 신중론을 폈다가 다시 찬성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 지사는 지난 26일 민주당 워크숍을 앞두고 언론중재법에 대해 “의원도 아닌데 지켜보는 입장이니 잘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음날 곧바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고의적·악의적 허위 보도에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언론 피해 구제라는 포괄적인 차원에서 동의한다고 이야기를 했었으나 그 후 살펴보니 독소 조항들이 많이 있었다”며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지만 다음날 “우리 당이 추진하는 언론중재법은 찬성”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이 같은 대선 주자들의 입장 변화는 강성 지지층의 표를 얻기 위한 경선 전략의 일환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1일부터 첫 경선 지역인 대전·충남에서 온라인 투표가 시작되는 만큼 선거인단의 다수를 차지하는 당원들의 표를 최대한 끌어모으겠다는 것이다.
강성 친문 지지자들은 각종 커뮤니티와 문자 폭탄을 통해 대선 주자들과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날 친문 커뮤니티에는 “행정부·입법부는 뭐가 그리 무서워 언론 개혁을 찜찜하게 질질 끄나” “언론법 처리를 미루려는 것들은 언론과 야합한 적폐”라는 등 언론중재법 처리를 촉구하는 의견들이 터져나왔다. 한 친문 유튜버는 언론중재법에 반대하는 의원 10명을 거론하며 “정중하게, 욕하지 말고 언론중재법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법이라고 (의원들에게) 알려달라”고 말해 문자 폭탄을 유도했다.
청와대는 이날까지 침묵을 지켰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2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당 대표가 된 이래 청와대나 대통령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한 적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해 6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출범과 관련, “법이 정한 절차를 국회가 지켜달라는 것이 청와대의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올 4월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 내에서 ‘대출 규제 완화’ 주장이 나오자 “주택정책에서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언론중재법을 통과시키면 임기 말에 야당과 계속 부딪힐 것이고 주요 입법을 못 하게 된다”며 “그렇다고 레임덕이 올 수 있는데 여당에 반대 의견을 내기도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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