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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산업보건의 690명인데 4,600개 업체에 의무 채용하라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 기업들이 산업보건의를 의무 배치하도록 하는 등 현실과 동떨어진 규제들이 너무 많다. 시행령은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부터 광업·건설·화학제조 업종의 50인 이상 사업장은 산업보건의를 최소 1명씩 둘 것을 규정했다. 이에 따라 산업보건의를 채용해야 하는 기업은 4,664곳(2017년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현재 활동 중인 산업보건의는 280여 명에 불과하다. 2018년 산업보건의 자격을 갖춘 직업환경의학·예방의학 전문의를 다 포함해도 총 690명에 그친다.

광업, 의약품 제조, 기계 제조 업종의 50인 이상 사업장에 안전관리자와 보건관리자를 배치해야 한다는 규정도 준수하기 힘든 상황이다. 2019년 9월 기준 안전관리자를 선임한 2만 1,320개 업체 중 안전관리자를 직접 고용한 곳은 23.4%다. 보건관리자를 선임한 업체 중 직접 고용한 사업장도 23.5%뿐이다. 나머지는 전문 기관에 위탁하고 있다. 하지만 중대재해법에 위탁 조항이 없어 기업들은 올해 안에 3만 여명의 안전·보건관리자를 새로 뽑아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6월 발의 당시부터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과도하고 기업 현실과도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법원행정처도 과잉 금지 등 헌법의 기본 원칙들을 위배할 수 있다고 우려했을 정도다. 이를 묵살한 채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법을 밀어붙이면서 대기업에서는 안전·보건 담당 임원 자리를 꺼리는 웃지 못할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아예 자포자기 상태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36개 경제 단체가 23일 시행령안과 관련해 “모호한 규정을 줄여달라”는 건의서를 정부에 제출했다. 경영 책임자의 의무·책임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불명확해 시행령이 그대로 시행되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황당한 규제들을 제거하려면 시행령 보완을 넘어 중대재해법 자체를 폐기하거나 확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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