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중국 화웨이의 런정페이 최고경영자(CEO)는 직원들에게 “승진과 부를 원한다면 아프리카로 가라”고 했다. 프랑스 공영 라디오 방송 RFI는 “화웨이가 아프리카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 스위스에 필적하는 생활수준을 보장하며 중국 인재를 유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화웨이의 남수단 지사에는 대형 빌라 두 채와 농구장·수영장·영화관 등이 갖춰져 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다시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이전에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를 통한 인프라 구축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데이터센터·모바일결제 등 미래 산업뿐 아니라 군사기지 구축 등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미국에서는 중국의 세력 확대를 견제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中, 통신 등 미래 산업 지분 확대
데이터센터 설립에 적극적인 기업은 화웨이다. 잇따른 제재로 미국과 유럽연합(EU)에서 사실상 퇴출된 뒤 시장을 다각화하는 모습이다. 이미 화웨이 데이터센터가 만들어졌거나 건립 중인 국가만도 짐바브웨·잠비아·토고 등 여러 곳이다. 6월에는 마키 살 세네갈 대통령이 “정부의 모든 데이터와 플랫폼을 (화웨이가 지을) 데이터센터로 옮기라고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디지털 금융도 이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0일 “아프리카 내 스마트폰 결제 서비스 중 상당수에 중국 투자가의 지원과 함께 중국 기업의 기술이 사용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나이지리아의 모바일 결제 기업 오페이가 대표 사례다. 오페이는 베이징 쿤룬테크놀로지 창업자인 저우야후이의 후원과 세콰이어캐피털차이나 등 중국 벤처캐피털의 투자를 받았다. 케냐의 모바일 결제 기업 엠페사와 에티오피아 텔레비르는 화웨이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의 활약은 일대일로를 통해 아프리카의 통신 네트워크 시장을 장악한 덕분에 가능했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에 따르면 아프리카에 구축된 3세대(3G) 네트워크의 약 50%, 4세대(4G) 네트워크의 70%를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다. 일대일로가 참여국에 막대한 부채와 환경오염을 일으켰다는 비판이 나오고 화웨이가 보안 문제로 미국 등에서 퇴출됐지만 아프리카가 대륙의 인프라를 장악한 중국을 무시하기 힘든 이유다.
요충지 지부티에 군항 만들어
군사 분야 협력도 눈에 띈다. 중국은 2017년 8월 동아프리카 지부티에 첫 해외 해군기지를 가동했다. 전 세계 무역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전략 요충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 접한 지부티에는 이미 미국과 일본·영국·프랑스의 군사기지가 있다. 중국은 당시 인도주의 목적으로 해군기지가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항공모함까지 수용할 수 있는 대형 군항을 건설했다. 미국 아프리카사령부의 스티븐 타운센드 사령관은 5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아프리카 동부 지부티는 물론 아프리카 서부 해안에도 잠수함이나 항공모함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군항을 건설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프리카 서부와 미국은 지리적으로 가깝다. 아프리카 서부에서 중국이 군사력을 키우는 것은 미국 본토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평화연구소의 헨리 투겐다트 분석가는 “중국이 어업과 석유를 포함해 아프리카 서해안에서 많은 경제적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며 “(아프리카 서쪽 국가인) 카메룬에 대규모 상업 항구를 건설하는 데 자금을 지원한 것이 대표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 지역에서 군항을 건설하려는 중국의 노력으로 결국 군사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美, 견제 나섰지만…'늦었다' 지적도
미국도 움직이고 있다. 6월 미국은 주요7개국(G7)과 오는 2035년까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구축에 약 40조 달러(4경 6,548조 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일대일로를 견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미국의 대응이 늦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년 전 아프리카의 전체 교역에서 미국은 15.5%, 중국은 4%를 차지했다. 하지만 2009년 중국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친 뒤 지난해에는 미국이 5.6%, 중국이 25.6%를 점유했다. W 저드 무어 글로벌개발센터 수석정책연구원은 “아프리카 투자 출처 다각화라는 점에서 미국의 투자를 환영하지만 이것이 중국의 일대일로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