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31일 ‘언론 중재 및 피해 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 처리 방침에서 한 발 물러선 것은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여론도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했다. 국제 문제로 비화할 경우 청와대뿐만 아니라 당장 대선 국면에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신중론에 힘을 실었다는 해석이다.
민주당 복수의 관계자는 전날 윤호중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이 사안(언론중재법)이 국내 문제를 넘어서 국제 문제가 되는 것 같다”며 “여론 추이를 더 살피자며 강행 처리에서 선회하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다”고 전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제네바 대사관을 통해 문체부에 유엔 인권이사회 공문이 전달됐다”며 “이것이 당 대표실로 전달돼 전날 의원총회에서 송영길 대표와 윤 원내대표 등이 소개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공문 내용을 전달하는 참고 사항 수준의 이야기였으나 ‘국제 문제화 됐다’는 발언은 분명했다”며 “국제 문제로 비화될 경우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취지로 읽혔다”고 설명했다.
윤 원내대표가 언급한 ‘국제 문제’는 비영리 인권 단체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이 지난 24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내용이 세계인권선언 및 자유인권규약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유엔 특별보고관에게 진정서를 발송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진정서를 접수한 특별보고관은 유엔 산하 비정부기구인 유엔 인권이사회 이름으로 다시 문화체육관광부에 개정안 강행 방침에 우려 의사가 담긴 공문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문에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언론 자유 침해 소지에 대한 우려와 세계 언론 지형에 대한 설명 등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유엔에 진정서가 발송된 데 이어 답변을 요구하는 공문까지 문체부에 전달되면서 민주당이 개정안을 강행 처리를 하는 데는 적지 않은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다만 또 다른 민주당 의원은 “인권이사회에서 참고 수준의 공문을 보낸 것이지 조사나 자체 구속력을 가진 형식은 아닌 것으로 안다”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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