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의 미국인 대피 작전을 진행할 때 탈레반의 협조를 얻어 자국민을 카불 공항의 '비밀 게이트'로 안내한 것으로 전해졌다.
8월 31일(현지시간) 미 CNN방송은 미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군이 탈레반과 비밀 합의를 통해 공항의 지정된 게이트로 미국인들을 호위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특수작전부대는 공항에 비밀 게이트를 마련했으며 미국인 안내를 위해 콜센터까지 설치했다.
대피 대상 미국인들은 공항 근처 지정된 집결소에 모이도록 통보를 받았고 탈레반이 출입 자격 서류를 확인한 뒤 이들을 이 게이트와 가까운 곳까지 데려다줬다. 그러면 게이트에 배치된 미군이 이들을 공항 안으로 인솔했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아프간 정권을 장악한 이후 미국에 협조했던 아프간인들이 탈출을 위해 공항에 끝없이 몰려들어 대혼잡을 빚자 미국이 자국민을 대피시키기 위해 마련한 계획으로 풀이된다. 당시 공항 내부는 미군이, 외부는 탈레반이 통제하던 상황이었다.
이같은 방식의 탈레반 호위는 하루에도 여러 번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집결지 중 하나는 공항 바로 밖에 있는 내무부 건물이었다.
한 당국자는 "훌륭하게 작동했다"고 말했다.
다만 CNN은 여권과 영주권을 지닌 미국인이 공항 근처 탈레반의 검문소에서 막혔다는 많은 보도를 고려할 때 탈레반이 일부 미국인의 진입을 거부했는지는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미군이 콜센터를 이용해 자국민을 공항 내 비밀 게이트로 오도록 직접 안내한 사례도 있었다. 특수작전부대가 때때로 자국민과 교신해 어디로 와야 하는지를 알려줬다는 얘기다.
케네스 매켄지 중부사령관은 지난 30일 언론 브리핑에서 전화, 진로 안내와 호위를 통해 1,000 명 이상의 미국인과 2,000 명 이상의 아프간인 대피를 도왔다고 말했다. 이 대피 계획은 철수 완료 때까지 극비사항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이 작전이 공개적으로 알려질 경우 탈레반의 반응은 물론 무장조직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의 공격 위험 우려 때문에 비밀에 부쳐졌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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