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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중 사진작가 "아티스트 진정성, 문화적 소통에서 중요한 영향"

2008년부터 폴 매카트니 전속 사진가… "인생 스승이자 멘토"

디지털시대 사진의 대중화엔 "많은 사람과 사진으로 소통 고무적"

코로나로 해외 대신 국내서 활동중… "한쪽 문 닫히니 다른 문이 열려"

김명중 사진작가. /사진제공=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소(CICI)




“폴 매카트니와 함께 하면서 한 사람, 한 명의 아티스트가 진정성을 갖고 결과물을 만들어냈을 때 문화적 소통 차원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느낍니다. 1968년 곡 ‘블랙버드’(Blackbird)의 모티브가 된 흑인 여성들을 만나 ‘당신들 덕에 곡을 써서 많은 영혼들이 감동과 치유를 받았다’고 자상하게 말하는 순간 주변이 모두 울음바다가 됐어요. 매카트니도 겸손한 모습을 보이는데 저 역시 그래야 하지 않을까, 많이 배웁니다”

지난 2008년부터 영국의 전설적 아티스트 폴 매카트니의 전속 사진작가로 일하고 있는 김명중(활동명 M.J. 김)씨는 1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서울에서 폐막한 ‘문화소통포럼(CCF) 2021’ 행사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자 이렇게 말했다. 매카트니가 만든 비틀즈의 대표곡 중 하나인 ‘블랙버드’는 인종차별을 비판하는 노래다. 미국 남부의 도시 리틀록에서 흑인 여학생들이 인종 구분 없이 학교에 보내도록 조치한 이후 첫 등굣길에 백인의 야유와 경찰의 제지를 받은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었다. 매카트니가 세월이 흘러 2016년 미주 투어 중 리틀록을 들렀고, 노인이 된 여성들을 수소문해 만남이 이뤄진 것.

김 작가는 영국에서 신문 수습 사진기자로 카메라를 처음 든 이래 매카트니를 비롯해 마이클 잭슨,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그룹 방탄소년단(BTS) 등 다양한 이들과 작업해 왔다. 오랜 기간 일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이는 단연 매카트니다. “평생의 스승이자 멘토”라고 말하는 그는 “그림도 잘 그리고 사진도 잘 찍는 만능 엔터테이너인 매카트니의 업적과 기준에 맞추기란 너무나 힘들지만, 충족하기만 하면 아버지처럼 포근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그의 버킷 리스트도 매카트니와 BTS를 한 자리에서 찍는 것이다.

그는 매카트니의 아티스트로서 개방적 면모를 보여주는 일화 하나를 이야기했다. 매카트니가 칸예 웨스트, 리하나와 작업한 곡 ‘FourFiveSeconds’에서 그의 목소리는 10배 빠르게 재생돼 코러스처럼 지나갈 뿐, 참여의 흔적을 쉽게 찾기 어렵다. 김 작가는 “매카트니가 불같이 화를 낼 줄 알았는데 좋아하시더라”며 “아티스트로서 자신감과 다른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있기에 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다.



김명중 사진가가 지난 2008년부터 사진으로 담아낸 폴 매카트니의 공연장에서 모습들. /김명중 작가 홈페이지 캡처


여러 가지를 대중화시키는 디지털 시대, 사진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쉽게 찍을 수 있게 됐다. 이에 대한 김 작가의 생각은 어떨까. 많은 사람이 사진을 찍는 게 고무적이라는 그는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어중이떠중이명중이’가 하는 게 사진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며 “꼭 배워야 예술이 되는 건 아니지 않나”고 말한다. 김 작가는 “사진가로 유명해지면서 젊은이들과 사진을 두고 소통할 수 있어서 좋다”며 “인스타그램 등에서 일반인이 찍은 사진을 보며 ‘어떻게 찍었지?’ 하며 동기부여가 되기도 한다”고 전했다.

을지로에 머물며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김 작가는 “연예인은 더 멋지고 아름답게 표현해야 하지만, 을지로에서는 1960∼1980년대를 이끈 장인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었다”며 “의외로 젊은 사람들이 많이 방문해 사진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것을 봤다”고 돌아봤다. 그는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뭔가를 갈구한다는 사실을 느꼈다며 “디지털 쓰레기가 되지 않을,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사진을 더 많이 찍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진정성을 가진 아티스트의 모습을 포착하는 김 작가지만, 본인은 스스로를 아티스트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평범한 가장이며, 먹고 사는 수단이 사진일 뿐”이라며 “자신은 유명 클라이언트들 덕분에 빛날 따름”이라고 겸손해했다. 전 세계를 누비며 사진을 찍던 그도 코로나19 사태는 피할 수 없었다. 그는 하늘길이 막힌 대신 국내에서 사진을 비롯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있다며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곳으로 길이 열린다는 말을 강하게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다음주 영국 런던에 들러 매카트니의 딸 스텔라 매카트니의 생일파티에 참석하는 동시에 가족들도 오랜만에 만날 예정이라며 “매우 설렌다”고 웃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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