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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덩이' 실업급여에 적자 허덕…결국 국민에 손 벌렸다

■고용보험료 3년 만에 인상

모성보호·청년사업에도 '펑펑'…10조 기금, 4년만에 -3조

근로자 1인당 月 3,000원 더 내고 전입금 1조3,000억 확충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이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브리핑하고 있다. 고용보험위원회는 이날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1.6%에서 1.8%로 올리는 등의 재정 건전화 방안을 확정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실업급여 보험료율을 0.2%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업급여가 주요 원인이 됐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일자리 사업에 고용보험기금이 사용되면서 기금 운용에 빨간불이 켜졌다. 일자리 사업이 효과를 제대로 발휘했다면 실업을 막고 고용을 늘려 실업급여 지출을 줄이는 식으로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이 유지될 수 있었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결국 실업급여 보험료율 인상과 수조 원대 정부 재정 투입이 이뤄지게 됐다. 전문가들은 “결국 혈세가 투입돼서 국민들의 부담만 키우게 됐다”고 지적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현재 진행형인 데다 정부가 전 국민 고용보험에 속도를 내고 있어 고용보험기금의 재정 건전성 우려는 여전하다.

◇10조 기금, 어쩌다 올해 -3조 됐나=고용보험기금 적립금은 지난 2017년 10조 2,544억 원에 달했다. 고용부는 올해 말이 되면 3조 2,000억 원 규모의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적립금은 지난해보다 2조 원 급감한 4조 7,000억 원이 남는데 고용부가 지난해와 올해 빌린 공공자금관리기금 예수금 7조 9,000억 원을 제외하면 실제로는 3조 2,000억 원 적자다.

고용보험기금의 현재 상황은 코로나19에만 책임을 돌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고용부는 2019년 실업급여 지급 기간과 지급 금액을 늘리고 수급 대상자도 확대했다. 결국 코로나19 사태가 터지자 독이 됐다는 평가다. 여기다 고용보험기금으로 처리하는 사업이 많았다. 실업급여뿐 아니라 모성보호·직업능력개발 사업에도 기금이 사용됐다. 청년내일채움공제(지난해 4,570억 원), 청년추가고용장려금(지난해 1조 4,259억 원) 등 재정 투입형 일자리 사업 자금도 기금에서 빠져나갔다.

올해 고용보험기금 재정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1조 393억 원으로 6개월 연속 1조 원대를 넘겼다. 고용부는 올해 기금을 재원으로 청년채용특별장려금을 신설해 7,300억 원을 추가 지출할 예정이다. 정부가 추진 중인 전 국민 고용보험 기조에 맞춰 지난달부터 택배 기사 등 12개 특수고용직 종사자도 고용보험 대상이 되는 등 기금에서 나갈 돈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사진 설명


◇내년 7월부터 임금 근로자 평균 월 3,000원 더 부담=그동안 0.8%씩 노사가 부담해온 보험료율이 나란히 0.1%포인트씩 오르면서 월 288만 원을 받는 근로자를 기준으로 하면 월 2,886원의 보험료를 더 내야 한다. 고용부는 내년 7월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면 남은 6개월간 고용보험기금을 통한 수입 효과를 7,200억 원으로 추정했다. 바꿔 말하면 국민이 7,200억 원을 부담하는 셈이다. 올 6월 기준으로 258만 5,753개 사업장이 고용보험에 가입했다. 고용보험 피보험자는 1,427만 명에 이른다.

정부가 그동안 보험료율 인상 카드를 쉽게 꺼내지 못한 것도 이 같은 이유라고 한다. 고용보험기금은 경제위기 때 지출이 크다 보니 역설적으로 보험료율 인상도 큰 위기가 왔을 때 이뤄졌다. 실제로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이듬해 0.6%에서 1%로, 2008년 금융위기가 온 후 3년 뒤인 2011년 4월 0.9%에서 1.1%로 올랐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시행 시기를 내년 7월1일로 결정한 것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 인상이 상당한 부담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결국 세금까지 투입…“정부도 일정 책임”=실업급여 보험료율 인상과 함께 재정 건전화 대책의 관심 사안은 정부가 전입금을 얼마나 투입할지였다. 전입금은 동전의 양면이다. 전입금 규모가 크면 고용보험료 인상 요인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 하지만 세금을 고용보험기금 적자를 메우는 데 쓴다는 비판도 불가피하다. 보험료의 자기 부담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고용부는 1조 3,000억 원 규모의 전입금을 확정했는데 단일 전입금으로는 유례없이 큰 규모다. 고용부는 노사의 보험료 부담 여력이 크지 않은 점과 보험료 인상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입금 규모를 최대로 늘렸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정부도 일정 부분 책임을 분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통해 기존 지원 사업 규모를 축소하면서 또 다른 우려도 나온다. 코로나19 위기 업종에 큰 도움을 준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78만 명이던 지원 대상을 내년에는 16만 명으로 줄인다. 더욱이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의 급여 일부를 조정하는 일종의 페널티제도도 도입하기로 해 노동계에서는 저임금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줄까 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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