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언론재갈법’으로 불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데 대해 유엔까지 우려를 표명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지난달 30일 언론중재법에 대한 의견을 담은 특별 절차 서한을 정부에 전달했다. OHCHR은 서한에서 “언론중재법이 정부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하며 자의적 적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법안의 모호함 때문에 정부나 정치 지도자에 대한 비판 등 민주 사회에 필수적인 광범위한 표현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서한에는 한국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하는 내용도 담겨 정부는 60일 이내에 회신해야 한다. 언론 자유 침해 시도에 대한 국내외의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 정부가 국제사회에 입장을 표명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북전단금지법 강행 처리 때에도 OHCHR의 항의 서한을 받았다. 당시 OHCHR은 전단금지법이 표현의 자유 침해와 인권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을 요구했다. 이에 정부는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본질적 내용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라는 회신을 보냈지만 OHCHR은 국제인권규약에서는 정보의 전파 방식도 보호된다며 “한국 정부의 설명은 옳지 않은 것”이라고 재반박했다. 유엔으로부터 공개적으로 ‘인권 후진국’이라는 망신을 당한 셈이다. 이번에도 유엔의 우려를 무시하고 법안을 강행 처리한다면 ‘언론 탄압국’이라는 오명을 쓸 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1일 언론법 개정 논의를 위한 8인 협의체의 여당 몫에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독소 조항 삽입을 주도한 김용민 의원과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종민 의원을 선임했다. 야당과의 협의는 시늉만 하고 핵심 독소 조항을 그대로 둔 채 반(反)민주 악법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사회로부터 더 이상 ‘언론 탄압국’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언론재갈법을 폐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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