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탈레반이 노획한 아프간 정부군의 무기와 군 장비를 이용해 대규모 퍼레이드를 진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현지시간) AFP통신은 아프간 남부 칸다하르의 외곽 고속도로에 미제 녹색 험비와 무장 차량이 줄지어 달렸다고 보도했다. 칸다하르는 아프간 제2의 도시로 1994년 탈레반이 결성된 곳으로 탈레반에게는 ‘정신적 고향’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퍼레이드에는 수많은 탈레반 깃발이 나부꼈다. 상공에는 헬기 한 대가 날고 있었다. 행진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 전쟁 종료를 선언한 대국민 연설을 한 후 열린 것으로 탈레반이 미제 전리품으로 전쟁 승리를 자축하고 선전한 것이다.
지난달 30일에도 미제 UH-60 블랙호크 기종으로 보이는 헬기가 칸다하르 상공을 비행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유됐다. 탈레반이 새 국명으로 내건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토후국'의 공식 영어 뉴스를 표방하는 탈리브 타임스는 해당 영상에 대해 "우리의 공군! 현재 이슬람 토후국의 공군 헬기들이 칸다하르 상공을 비행하며 도시를 순찰하고 있다"고 적었다. AFP 통신은 블랙호크 비행과 관련해 공군력이 없었던 탈레반이 아프간군 조종사를 포섭했다는 것을 암시한다고 풀이했다. 탈리브 타임스는 미국이 아프간군에 원조한 것으로 추정되는 군수송기, 장갑차, 전투기 등 노획 무기의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아울러 탈레반은 블랙호크 외에도 다수의 아프간군 항공기를 노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아프간재건특별감사과실(SIGAR)에 의하면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아프간 공군은 공격용 헬기를 포함한 항공기를 모두 167대 운용하고 있었다. 다목적 헬기 블랙호크를 비롯해 MD-530F 무장헬기, 러시아제 헬기 MI-17, 브라질제 A-29 경공격기 등이다.
앞서 미국정부는 2003년부터 2016년까지 아프간군에 소총 35만여정, 기관총 6만 4,000여정, 수류탄 발사기 2만 5,000여개, 지프 차량인 험비 2만 2,000여대를 제공한 바 있다.2017년부터 올해까지는 3,000여대의 험비와 3,500여정의 M4 소총이 추가로 제공됐다. 이 가운데 상당량이 탈레반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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