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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넬 "음악 포기하고 싶단 말 해본 적 없어…우리 자부심이죠"

넬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밴드 넬(NELL)에게도 지난 1년 반은 힘든 시간이었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계획했던 해외 투어를 모두 취소해야만 했고, 공연을 못해 동력이 사라진 기분이었다. 그래도 그럴수록 음악을 놓지 않았다. 작업실에 틀어박혀 앨범 작업에 몰두했고, 더 좋은 음악을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그 시간을 버텨냈다. 그 끝에 자신 있게 내보일 수 있는 정규 앨범이 탄생했다.

2일 오후 6시 공개되는 넬(김종완, 이재경, 이정훈, 정재원)의 정규 9집 ‘모멘츠 인 비트윈(Moments in between)’은 약 2년 만에 발표하는 정규 앨범이다. 앨범명에서 알 수 있듯이 관계의 시작부터 끝 사이 순간순간을 담았다. 더블 타이틀곡 ‘위로(危路)’와 ‘유희’를 포함한 총 10곡은 트랙 순서대로 영화 같은 스토리가 이어진다.

“예전부터 막연하게 그런 영화 같은 앨범,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어요. 곡 순서도 감정의 흐름과 타임라인대로 만들어보고 싶었죠. 지금이 그런 앨범을 만들기에 좋은 타이밍이라고 느꼈어요. 타이밍이라는 게 자기가 의도한다고 해서 오는 게 아니잖아요. ‘이번이 아니면 왠지 못할 것 같다’ 혹은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막연하게 들었거든요. 이런 느낌이 들었을 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작업을 하면서 많이 들었던 생각이나 설정된 상황들이 있었어요. 음악을 들으시는 분들이 이런 설명을 들으면 상상력이 제한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설명은 할 수 없지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어떤 관계 혹은 세상에 많은 일들이 꼭 원하는 타이밍에 원하는 방식으로 오지 않는다는 것이었어요. 그런 걸 염두에 두면서 이번 앨범 가사들을 작업했어요.”(김종완)

넬은 이번 앨범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로 트랙 순서대로 듣는 것을 꼽았다. 타임라인으로 형성된 앨범이기 때문에 띄엄띄엄 듣기보다 쭉 이어서 들었을 때 감동이나 재미가 클 것이라고 확신했다. 개별곡보다는 앨범 스토리와 흐름에 대한 반응이 가장 기대된다고.

넬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유희’는 프로그래밍된 사운드와 밴드 사운드의 밸런스가 조화로운 곡이다. 넬이 오래전부터 시도해온 사운드이긴 하지만, 더 완성도 있게 만들고자 하는 욕심으로 탄생됐다. 공연장에서 즐길 수 있는 곡으로 만들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1년 반 동안 공연을 거의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더 공연장을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소위 타이틀곡이라고 생각하는 곡들은 공연장용보다 이어폰을 꼽고 듣기 좋은 음악들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타이틀곡이라고 해도 공연장에서 듣기 좋은 음악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어요.”(김종완)

다른 타이틀곡 ‘위로’는 6분 30초의 긴 곡이다. 타이틀곡으로 선정하기에는 다소 실험적이다. 그러나 넬은 타이틀곡으로만 앨범을 판단하게 되는 게 아쉽고, 타이틀곡만큼이나 공을 들인 수록곡들이 외면받는 것이 안타까워 과감한 선택을 했다.

“‘위로’는 우리가 작업한 뒤 굉장히 만족도가 높았던 곡이에요. ‘앞으로 더 이런 방향으로 갈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도 들게 했고요. 6분 30초 분량의 곡이 TV에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요즘 같은 트렌드에 맞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방향의 곡을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팬들에게 귀띔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거죠.”(김종완)

지난 1년 반 정도의 시간은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관객들과 공연으로 호흡하는 것이 밴드의 동력인데, 지난해 한 번의 콘서트만 치를 수 있었다. 그마저도 운이 좋았던 것이었다. 멤버들 모두 공연에 목말라 있는 상황이라, 이달 예정된 콘서트가 문제없이 진행될 수 있기만을 기원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초에 ‘연말 공연을 끝내고 여태까지 하지 않았던 해외 공연을 많이 하자’고 플랜을 짰었어요. 계획된 미국, 아시아 투어가 많았죠. 지난해 초가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는데 안타깝게도 모든 게 무산됐어요. 또 최고의 타이밍이 오지 않을까 보고 있어요. 매 순간 어렵겠지만 매번 최고의 타이밍이라고 여기려고요.”(김종완)



“현실적인 영향은 금전적인 것이에요. 꽤 많은 분들이 겪고 있는 문제죠. 타의에 의해서 우리가 하고 싶은 음악 활동을 하지 못하는 건 자주 일어나는 일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이번 상황을 겪으면서 ‘이런 것에 많이 휘둘리면 안 되겠구나’ 싶었어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많이 배우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 일이 있을수록 음악 작업을 더 열심히 하고, 다른 데 생각을 두지 말아야겠다는 걸 생각했고 효과가 있었어요.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었어요. 하지만 더 길어지면 안 될 것 같아요.”(웃음)

넬 / 사진=스페이스보헤미안 제공


올해 데뷔 22년 차가 된 넬은 현재에 안주하기보다 미래에 대한 꿈을 꾸고 있었다. 김종완은 현재 넬의 단계를 ‘대학 졸업반 단계’라고 말했고, 이정훈은 주식에 비유해 계속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고 표현했다. 그러면서 아직 최고점으로 가려면 멀었기에, 더 발전하는 음악과 공연을 보여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저희는 예전보다 훨씬 더 음악 이야기를 많이 해요. ‘우리가 현재 단계를 넘어가지 않으면 다른 레벨의 음악을 하기 힘들다’라는 논의도 많이 하고요. 음악을 하면서 힘든 때가 있었겠지만 포기하고 싶거나 재미없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그런 면에서 자부심을 갖고 있어요.”(이재경)

넬의 오랜 노하우는 후배들의 귀감이 된다. 김종완은 넬의 보컬리스트로서 JTBC 밴드 오디션 ‘슈퍼밴드1’ 심사위원으로 출연하기도 했고, 현재는 그룹 인피니트 김성규와 함께 MBC 아이돌 오디션 ‘야생돌’ 보컬 트레이너로 활약하고 있다.

“참가자들을 보고 ‘이렇게 하면 조금 더 좋아질 것 같다’고 응원하는 개념의 포지션이에요. 비하인드이긴 한데 제가 이렇게 많이 참여하게 될지 몰랐어요. 처음에 성규가 출연한다는 말만 듣고 전 1회만 출연하는 건지 알았어요. 성규도 응원할 겸 나가게 된 거였는데 하다 보니까 생각보다 많은 녹화를 하게 됐어요. 그렇다고 해서 불만이 있는 건 아니고요. 촬영 장소가 멀기도 하고 육체적으로 부담이 있긴 하지만 재밌어요.”(웃음)

“성규와 함께 하는 것도 감회가 새로웠어요.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연습생 성규를 봤는데 어느덧 중년 가수가 됐더라고요. 성규가 20대를 지나 30대로 넘어오면서 우리가 나이가 들어서도 같이 방송할 수 있는 게 뿌듯했어요. 둘 다 여태까지 열심히 잘하고 있는 게 다행이이에요.”

넬 멤버들은 20대를 지나, 30대, 40대까지 함께 보내고 있다. 데뷔 이래로 단 한 명의 멤버 교체나 탈퇴 없이 팀을 유지해오고 있는 것도 대단한 일다. 이들은 함께 넬의 색깔을 만들었고, 또 함께 변화하고 있다.

“이번 앨범을 들어보면 기존 우리 스타일이 남아있으면서도 새로운 사운드와 스타일을 추구하는 게 느껴졌어요. 예전의 넬과 새로운 넬이 공존하는 거죠. 듣는 분들도 그렇게 느낄 거예요.”(정재원)

“20대 넬의 음악은 분노였고, 30대 넬은 처연하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것 같아요. 40대는 외롭고 공허하고요.”(김종완)

“40대는 나중에 50대가 됐을 때 한 번 더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직 40대가 많이 남았거든요.”(웃음)(이정훈)

2~3명 관객 앞에서 밴드를 시작했다는 이들은 앨범을 발표하고, 기자들 앞에서 인터뷰를 하는 날들을 꿈꿨다고 밝혔다. 넬을 알릴 수 있는 기회조차도 없었던 때가 있었지만, 21년이 지난 지금 넬의 앨범을 궁금해하고 음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이 성공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여겼다.

“계속해서 발전해 나갈 거예요. 많은 분들이 공감해 주실수록 거기서 얻는 뿌듯함과 보람이 있어서 자랑거리가 되거든요. 우리 음악을 알리고 스스로 발전하려고 노력하는 게 지금의 꿈이에요. 새로운 꿈보다 항상 꾸는 꿈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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