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과거 냉전 당시 구소련을 견제할 목적으로 출범한 첩보 동맹체 ‘파이브아이즈’에 한국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겪은 뼈아픈 철군 실패에서 벗어나 서둘러 반(反)중국 전선으로 안보 능력을 집중시키려는 미국이 한국의 동참을 재촉하는 모양새다. 미 국방부도 ‘중국 외에 북한 역시 시급한 안보 현안’이라고 강조하며 ‘포스트 아프간’ 체제로의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현지 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 하원 군사위원회 산하 정보특수작전소위는 오는 2022년 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 개정안에 파이브아이즈 참가국을 한국·일본·인도·독일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담았다. 파이브아이즈는 지난 1946년 서방이 소련 등 공산권과 벌인 냉전의 일환으로 만들어진 첩보 동맹체다. 미국과 영국이 주도해 창설한 뒤 1956년 캐나다와 호주·뉴질랜드가 합류, 현재까지 이들 5개 나라만이 참여국일 정도로 배타적으로 운영돼왔다. 참여국들은 모두 영어권 국가인 만큼 정책 및 법률 공조가 빠르고 쉽다는 점이 특징이다.
첩보 전선을 동아시아로 넓혀 중국을 집중 견제하겠다는 것이 미 의회의 복안으로 보인다. 정보특수작전소위는 개정안에서 “위협의 지형이 파이브아이즈 창설 이후 광범위하게 변했다”며 “정보 공유 대상을 생각이 같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개정안은 한국을 파이브아이즈 확대 대상 국가 가운데 첫 번째로 꼽았다. 개정안이 최종적으로 NDAA에 담기려면 상원과 하원이 각각 군사위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하고 여야 간 조율 뒤 다시 한번 표결이 이뤄져야 한다. 또 미국 행정부가 이를 최종 승인해야 하는 절차도 남아 있다. 그러나 조 바이든 행정부가 반중 견제를 국정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는 만큼 의회 문턱만 넘으면 한국의 파이브아이즈 참여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미 버지니아주 국방부 청사(펜타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아프간에서 임무를 끝냈지만 다른 임무가 계속 기다리고 있다”며 중국과 러시아·이란·북한을 직면한 ‘안보 도전’이라고 거론했다. 특히 오스틴 장관은 “동맹 및 파트너와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해 우리 정부를 향한 ‘대중 견제 노선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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