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와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극적 교섭 타결로 보건의료노조가 총파업을 철회하면서 우려했던 ‘의료 대란’은 발생하지 않았다.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가 여론을 의식해 한발씩 물러난 결과로 풀이된다. 총파업이라는 당장의 ‘파국’은 피했지만 이해관계자 협의와 법률 개정, 예산 확보 등 합의 이행을 위한 절차가 녹록지 않아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노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전남대·건양대병원 등 일부 병원 노조는 자체 파업에 돌입했다.
2일 보건의료노조와 복지부에 따르면 양측은 이날 오전 2시께 인력 기준 마련 및 시행, 공공 의료 확충 등 주요 쟁점 현안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보건의료노조가 예고한 총파업 돌입 시간인 오전 7시를 불과 5시간여 앞두고 가까스로 합의에 성공했다.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는 지난 5월 31일부터 이날까지 13차례 노정 협의를 진행해 22개 과제를 두고 논의했지만 5개 과제에 대해서는 입장 차를 좁히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양측은 마지막 5개 과제에도 뜻을 모으면서 합의문에 대부분 과제의 이행 시점을 명시했다. 복지부는 코로나19 중증도별 근무 간호사 배치 기준을 이달까지 마련하고 세부 실행 방안도 다음 달까지 별도로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생명안전수당을 내년부터 국고로 지원하도록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복지부는 하반기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처우 개선을 위해서는 현재 간호 등급 차등제를 간호사 1인당 실제 환자 수 기준으로 상향 개편하기로 했다. 개편 방안을 내년에 마련해 오는 2023년 시행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에 대해서는 내년 상반기 중 참여를 희망하는 300병상 이상 급성기 병원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2026년 내에 시행할 계획이다.
복지부는 공공 병원 확충을 위해서는 2025년까지 70여 개 중진료권마다 1개 이상의 책임의료기관을 지정해 운영한다. 또 2024년까지 권역 감염병 전문 병원 4곳을 설립해 운영하기로 했다.
지난 석 달간 ‘평행선’을 달리던 복지부와 보건의료노조가 극적 합의를 도출한 데는 국민적 비판 여론이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년 8개월간 의료 현장에서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여온 보건 의료인의 공을 높이 사는 여론이 강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총파업 강행에 대해서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꼭 지금 이 시점에 의료 공백과 현장 혼란을 불러 일으켜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양측이 힘겹게 합의는 했지만 뇌관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인력 기준 마련 및 시행, 처우 개선 등을 위해서는 의료 기관의 입장도 들어야 한다. 공공 의료 확충을 위해서는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돼야 하는 만큼 재정 당국, 지방자치단체 등과의 의견 조율도 필요하다. 생명안전수당 제도화를 위해서는 법 개정도 수반돼야 한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디테일에는 합의하지 않고 이행 시점에만 합의를 했다”며 “갈등의 불씨가 여전히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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