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일 검찰에 ‘해직교사 부당 특별 채용’ 의혹을 받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재판에 넘겨야 한다”고 요구했다. ‘공수처 1호사건’에 대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공수처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 1층 세미나실에서 수사결과 브리핑을 열고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를, 당시 교육감 비서실장이었던 한모 서울시교육청 정책안전기획관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적용해 검찰에 기소를 요구했다. 공수처는 판검사와 고위 경찰관에 대해서만 기소권을 갖고 있는 만큼 조 교육감 사건에 대해서는 수사만 할 수 있을 뿐 공소제기는 검찰을 거쳐야 한다. 수사를 마무리 지은 공수처는 수사 관계서류와 증거물을 이날 오전 검찰에 보냈다.
조 교육감은 2018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 등 해직 교사 5명이 특별 채용될 수 있도록 부당하게 관여한 혐의 등(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국가공무원법 위반)을 받고 있다.
지난달 30일 공수처 공소심의위원회는 조 교육감 등의 피의 사실에 관해 ‘기소의견’으로 심의 의결했다. 이후 공수처 공소담당검사는 지난 1일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증거 등을 토대로 기소를 요구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는 수사를 마친 뒤 수사팀과 레드팀(반대입장을 내는 역할) 간의 공방과 공소심의위 의견 내용 등을 참조해 조 교육감이 교육처 담당 공무원들의 중간결재권 행사를 방해하고, 의무 없는 일을 한 것으로 봤다. 또 조 교육감이 교사임용에 관해 부당한 영향을 준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
앞서 감사원은 서울시교육청의 해직교사 불법 특별채용 의혹에 대해 감사를 실시한 후 지난 4월 23일 조 교육감을 경찰에 국가공무원법위반 혐의로 고발하고, 공수처엔 조 교육감의 직권남용 혐의가 인정되는지 수사를 통해 밝혀 달라며 수사참고자료를 전달했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보내온 자료를 토대로 조 교육감을 직권남용 혐의로 정식 입건하고 ‘공제1호’ 사건번호를 부여하는 한편, 경찰엔 중복 수사 이첩을 요구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조 교육감 측은 공수처의 수사결과 발표에 대해 “위법하다”며 즉각 반발했다. 조 교육감 측 변호인 이재화 변호사는 입장문을 통해 “합리적 근거 없이 경솔하게 인지수사를 개시한 것을 합리화하기 위해 수사과정에서 확보한 수많은 증거가 가리키는 진실을 외면했다”며 “오로지 편견과 추측에 근거하여 공소제기 요구 결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수처의 판단에 대해 △피해자가 특정 안됐고 △담당공무원의 어떠한 권리를 방해 했는지 설명되지 않았고 △혐의를 인정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인은 “검찰에 공수처가 사실을 오인한 부분과 법리를 잘못 적용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지적해 공수처의 잘못된 판단을 바로 잡도록 할 것”이라며 “또 공수처의 공소심의위에 참여권 및 진술권이 봉쇄됐기 때문에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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