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의 유력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이번 주부터 개시될 사정기관의 본격적인 수사를 앞두고 ‘삼면초가’에 빠졌다. 공수처가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과 관련해 본격 수사에 착수하고 대검찰청과 법무부는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곧바로 진상 조사에 돌입한다. 검찰도 윤 전 총장의 가족과 측근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방침이어서 전직 검찰 총수에서 자칫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3부는 오는 8일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 임 담당관이 수사를 담담했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의 감찰을 방해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다.
임 담당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지난해 9월 한명숙 모해위증교사 의혹 사건을 맡으며 결국 직무에서 배제될 걸 예상했기에 검찰총장과 차장검사에게 올린 서면 보고서와 전자 공문, 검찰총장에게 보낸 항의 메일과 쪽지 등도 다 기록에 남겼다”며 “있는 그대로 상세히 설명하고 올 생각”이라고 밝혔다.
특히 한 시민단체가 야당의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법적 조치를 예고하면서 공수처가 윤 전 총장에 대한 동시다발적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해당 의혹과 관련해 윤 전 총장과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 등을 6일 공수처에 고발할 예정이다. 해당 사건이 수사3부에 배당되면 윤 전 총장은 공수처의 전방위 수사에 직면해야 한다.
대검찰청과 법무부도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별도 조사에 착수했다. 대검 감찰3과는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손 검사에 대한 대면 조사를 검토 중이다. 대검은 지난 3일 손 검사가 사용했던 컴퓨터를 확보하는 한편 추후 손 검사의 휴대폰과 노트북PC 열람도 요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손 검사는 지난해 3월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국회의원 후보였던 김웅 의원에 두 차례에 걸쳐 범여권 인사 및 언론인들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한 의혹을 받는다. 만약 조사 과정에서 의혹을 뒷받침하는 정황 증거들이 발견된다면 김오수 검찰총장의 승인을 거쳐 감찰로 전환되는 것은 물론 강제수사로도 전환될 수 있다.
검찰은 윤 전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와 관련한 수사에도 고삐를 쥐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김 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콘텐츠의 전시 협찬 의혹과 관련해 일부 협찬사 관계자 등에 대한 소환 조사를 재개하는 한편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등에 대한 계좌 추적도 진행 중이다. 반부패강력수사1부는 윤 전 총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스폰서’ 의혹도 수사 중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윤 전 총장이 연이어 사정기관의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자칫 정치적 위기에 봉착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사정기관의 전방적위적인 수사가 자칫 대선 판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는 만큼 수사 속도를 조절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당사자가 의혹을 완전히 부인하는 상황에서 대선에 깊숙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것 자체가 정치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며 “의혹이 있다면 원칙적으론 수사하는 게 맞지만 공수처 등이 신속하게 수사를 진행해 최소한 대선 후보가 확정되기 전에 결론을 내릴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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