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노원구의 아파트에서 세 모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24)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유족들이 김씨에 대한 엄벌로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오권철 부장판사)는 6일 오후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정보통신망침해·경범죄처벌법위반죄 등 5개 혐의로 기소된 김태현의 네 번째 공판을 진행했다.
김씨는 온라인 게임을 하며 알게 된 피해자인 큰딸이 연락을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스토킹하다가 지난 3월 23일 피해자의 집에 찾아가 여동생과 어머니, 큰딸을 차례로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이날 재판에서는 피해자의 유족에 대한 양형증인 신문과 피고인 김씨에 대한 증인 신문이 진행됐다. 양형증인이란 피고인에 대한 형벌의 정도를 정하기 위해 재판부가 참고로 하는 증인을 말한다.
유족은 신문이 진행되는 내내 울먹이며 김씨는 범행을 철저히 계획했으며 반성의 기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유족 A씨는 증인 신문이 진행된 30분 동안 흐느끼며 말을 겨우 이어갔다. A씨는 “구체적인 살해 방법을 검색하고 피해자의 휴무일을 미리 알아보는 등 범행을 철저히 계획해 범행이 악질적”이라면서 “피고에 대한 엄벌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을 올렸는데 10만명 넘게 동의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반성문을 썼다고 하지만 여태까지 유족에게 직접 사과 한마디 없었다”며 “90세가 넘은 노모가 요양원에 있는데 충격 받을까봐 여태까지 말도 못했다”고 말했다. A씨는 신문을 마치고 실신 상태로 법정을 빠져나가 법정이 잠시 중단되기도 했다.
A씨에 이어 증인으로 참석한 또 다른 유족 B씨 역시 눈물을 흘리며 김씨의 범행이 계획적이라고 말했다. B씨는 “국과수에서 살의 가지고 급소를 공격했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정작 현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 했다는 피고인의 상처 부위는 급소가 아니다”며 “이번 범행 이전에도 성범죄를 저질러 벌금형을 받았다고 하던데 벌금 200만원으로 끝났으니 법이 얼마나 우스웠겠냐”고 말했다. B씨는 아울러 “밤에 어떤 물체가 서 있으면 웬 남성이 자신을 스토킹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느낀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피고인 김씨는 지난 재판에 이어서 이날도 증인석에 앉아 자신의 범행이 우발적이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처음에는) 흉기로 피해자들을 위협한 뒤 청테이프로 입과 손을 묶어 제압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다만 “일체의 망설임 없이 피해자의 급소를 정확하게 공격했는데 우발적이라는 주장과는 불일치한다”는 검찰의 주장에는 “죄송하다”는 말뿐이었다.
검찰은 김씨의 심리분석 결과와 범행 경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재범 가능성이 있다며 재판부에 전자장치 부착명령 청구를 요청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한국 성인 재범 위험성 평가(KORAS-G)에서 총점 13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은 수준이며 정신병질자 선별도구(PCR-L) 평가에서도 총점 19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중간으로 조사됐다.
이에 대해 김씨 측 변호인은 “동종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위험성평가척도가 13점으로 재범 위험성이 높으나 같은 수준인 13~29점 내에서 높은 편은 아니다"며 "실형으로 재범을 방지하고 부착명령 청구는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증인으로 참석한 유족들뿐만 아니라 방청객에 앉아있던 유족들도 흐느끼며 “살인마”라고 외치기도 했다.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김씨는 재판 내내 허공을 응시할 뿐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13일 오전 10시에 결심 공판을 이어가기로 하고 반대신문과 최종 진술을 진행한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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