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선 주자인 윤석열 예비 후보가 검찰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야당을 통해 여권 인사를 검찰에 고발하려 했다는 논란이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윤 후보는 “지긋지긋한 정치 공작”이라고 맞섰지만 실체가 불분명하다던 고발장이 등장했다. 고발장을 윤 후보가 재직하던 시절에 검찰이 실제로 작성했는지, 더 나아가 선거에 개입할 목적이 있었는지 등으로 불똥이 옮겨붙고 있다. 다만 설령 캡처된 문서에 손준성 검사 등이 발신자로 적시되고 있지만 고발 문서의 작성자 등은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정치권에서는 진실의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은 뫼비우스의 띠와 같은 구조라며 대선 정국에서 공방만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5가지 쟁점을 중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공방을 짚어봤다.
①고발장, 檢이 작성했나…손준성 검사 “작성-송부 의혹 전혀 사실 아냐”
김웅 국민의힘 의원의 지난 2020년 4월 3일 총선 당시 텔레그램 채팅방에서 전달받았다는 고발장의 세부 내용이 언론을 통해 6일 드러났다. 채팅방에는 최초 배포자의 이름이 붙는 ‘손준성 보냄’이 붙어 있다. 수신처는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고발장이 20장에 걸쳐 고발인, 피고발인, 범죄 사실, 고발 이유는 물론 증거 자료와 판례 등으로 세분화돼 있는 점이다. 일반 시민 단체가 아닌 검찰 공소장 수준의 고발장이라는 평가다. 심각한 지점은 고발 대상인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좌파 정권 유지라는 동일한 이해관계”를 말하며 총선에 앞서 신속한 수사를 진행하라는 내용이다. 권력기관인 검찰이 고발장을 작성했다면 선거에 개입한 초유의 사건이 된다. 선거법 237조(선거의 자유 방해죄)는 검사가 선거에 개입하는 행위를 하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규정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극구 부인하고 있다. 손 검사는 이날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도 “검찰에서 밝힐 일이고 진실 여부는 제보자 측에서 밝힐 문제”라는 입장이다.
②작성자, 밝힐 수 있나…"손·김 강제 수사 전환 않으면 어려워"
진상 규명은 간단하다. 고발장을 검찰에서 작성했는지만 찾으면 된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이미 2일 감찰을 지시했다. 손 검사의 컴퓨터에서 고발장이 실제 작성됐는지를 보고, 또 그의 휴대폰에서 김 의원에게 텔레그램으로 고발장을 보낸 흔적만 확인하면 이 사건의 실체는 확인할 수 있다. 문제는 고발장을 손 검사가 외부 컴퓨터를 이용했거나 그의 지시로 제3의 인물이 작성했을 때다. 이는 검찰의 감찰 범위를 벗어난다. 반대로 김 의원이 손 검사와 텔레그램으로 대화를 주고받았는지도 확인이 힘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무 감사를 거론했지만 고발장을 전달받았다는 김 의원의 휴대폰을 강제 수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정치권 관계자는 “손 검사와 김 의원을 피의자로 전환해 강제 수사하지 않는 한 외부에서 한 행위는 감찰이 어렵다”며 “감찰에서 결과가 없으면 작성자는 오리무중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③유출자, 野 내부냐 외부냐…"국민의힘" 주장 속 정치공작 맞서
작성자가 누구든 왜 이런 고발장이 특정 매체에 전달됐는지도 쟁점이 되고 있다. 검찰의 정치 개입이라면 최종 책임은 당연히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후보를 피해갈 수 없다. 윤 후보 측은 손 검사와 김 의원, 국민의힘(당시 미래통합당)으로 이어진 모든 경로가 여권의 정치 공작으로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일부의 정치 검사들과 여권이 소통을 해가면서 수사 사건을 처리해나가는 것 자체가 정치 공작이 아니겠냐”며 반발했다. 그런데 이 사건을 최초로 보도한 뉴스버스는 제보자에 대해 “지금의 국민의힘 측 사람”이라고 밝혔다. 제보자가 실제 국민의힘 내부 인물이면 총선 당시 야당이 검찰과 결탁해 ‘고발 사주’를 했다는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④고발 안 된 고발장…"고발장은 누구나 작성 가능, 출처도 몰라"
희한한 점은 결국 고발이 안 됐다는 사실이다. 손 검사와 김 의원을 통해 당시 미래통합당에 전달했다던 고발장은 ‘작성된 문서’에 그쳤다. 그리고 전달됐다던 주장마저 지워지고 있다. 김 의원은 이날 “고발장이 실제로 누구에게 전달받았는지, 이를 당에 전달했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도 “이첩한 문건을 전달받았다는 공조직 당사자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윤 후보 측은 이번에도 채널A ‘검언유착’ 사건처럼 실체가 없다며 이날 “고발장은 누구나 작성 가능하고 작성자나 출처는 알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⑤尹, 몰라도 수사대상…작성자·전달자 확인 못해 되레 타격
문제는 윤 후보가 ‘고발 사주’를 인지했는지, 개입했는지와 관계없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검찰의 감찰과 국민의힘의 당무 감사로 고발장 작성자와 전달 여부를 확인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누가 봐도 100% 윤 (전) 총장 지시”라고 주장하고 윤 후보 측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인 점을 들어 “야당이 고발하면 더 수사를 안 한다”며 진실 공방만 벌이고 있다. 하지만 더 큰 치명타는 여론의 실체 규명 요구가 거세져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되는 경우다. 이날 시민 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은 이날 윤 후보와 손 검사 등을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전·현직 검찰 고위직이 대거 연루됐기 때문에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라며 “진실 공방을 하든 수사로 실체를 밝히든 둘 중 하나로 흐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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