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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파식적] 요코스카항





2019년 5월 당시 일본을 국빈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도쿄로부터 50㎞ 떨어진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을 찾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곳에서 일본 해상자위대의 호위함 ‘가가’에 올라 “힘에 의한 평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미국 대통령이 처음으로 일본 자위대 소속 호위함에 승선해 중국을 압박하는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요코스카항을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기지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해석했다.

요코스카는 도쿄만에 접해 있는 항구이자, 근대 역사의 발상지로 널리 알려져 있다. 해안선의 굴곡이 심하고 수심이 깊어 일찍이 군항으로 활용돼왔다. 1853년 7월 미국의 페리 제독이 함선 4척을 이끌고 일본 개항을 요구하며 상륙한 곳도 바로 우라가(지금의 요코스카 동부)였다. 에도 시대 들어 막부는 서양에서 군함을 사들여 이곳에 대규모 해군기지를 세우고 제철소를 건설했다. 19세기 메이지 시대에는 요코스카항에 일시 정박한 영국 해군 함정의 병사를 통해 일본에 카레가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서는 매년 ‘해군 카레 축제’가 열린다.



요코스카항은 미 제7함대의 핵심 기지이자, 핵 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의 모항(母港)이다. 한반도 유사시 미국의 증원 전력은 물론 유엔군 병력과 물자까지 이곳에 집결한다. 2017년에는 북한이 요코스카 등 주일 미군 기지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4발을 동시에 발사했다고 발표해 군 당국에 비상이 걸리기도 했다.

영국의 최신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가 4일 처음으로 요코스카의 미 해군기지에 입항했다. 지난달 말 코로나19를 이유로 부산에 기항하지 못했던 퀸 엘리자베스호는 자위대와 함께 연합 훈련까지 실시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우리 정부가 영국 항모 전단의 부산항 입항을 꺼린 것 아니냐는 얘기도 흘러나왔다. 반면 일본과 영국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굳건한 연대 관계를 과시하고 있다. 동북아 지역의 패권 전쟁 속에서 우리가 국익과 안보를 지키려면 중국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가치 동맹에 무게를 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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