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행복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 관료들과 일 년에 무려 250번이나 토론을 했습니다.”
손욱(사진) 전 농심 회장은 지난 3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공개한 온라인 강연 ‘매세월 서연(書筵)’에서 “초일류가 되려면 문화를 바꿔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매세월’이란 매달 세 번째 월요일에 진행되는 강연이라는 의미다. 손 전 회장은 삼성종합기술원 원장, 삼성인력개발원 사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는 미래 인재를 양성하는 참행복나눔운동을 펴고 있다.
손 전 회장은 이번 강연에서 초일류의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문화’를 제시했다. 그는 “초일류가 되려면 예전에는 기술이 앞서야 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며 “그래야 모든 이들이 가슴이 뛰고 공감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요소로 ‘토론’을 꼽았다. 열린 토론이 있어야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고 그래야 초일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세종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손 전 회장은 “세종이 즉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행복한 나라’, 즉 백성들이 직업의 즐거움을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생생지락·生生之樂) 나라를 만들자는 비전을 제시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250번 관료들을 모아놓고 토론하며 나라를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가를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세계 초일류 기업이 된 것도 토론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손 전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소니를 능가하는 월드베스트 기술을 만들라고 지시를 내렸을 때 매주 금요일마다 토론을 했고 그 결과 1년 반 만에 소니를 능가하는 제품이 나왔다”며 “토론은 기적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손 전 회장이 꼽은 또 하나의 요소는 ‘칭찬’이다. 그는 “세종은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공부도 많이 했지만 그가 즉위 후 가장 먼저 한 말은 ‘나는 잘 모른다. 상의해서 하자’였다”며 “토론 중에 반대 의견이 나오면 ‘너의 의견이 참으로 아름답다’고 칭찬도 했다”고 말했다. 이런 칭찬이 있었기에 장영실과 같은 과학자가 나오고 당대 조선이 세계 최고의 창의 국가가 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감사하는 마음’도 그가 주목하는 문화 창출의 요인이다. 손 전 회장은 “하루 한 가지 선행을 하고 다섯 가지 감사하는 일기를 쓰며 한 달에 두 번 독서 토론을 하면 수평적 조직 문화의 플랫폼이 되고 행복해지는 원천이 되며 긍적적 사고의 기반이 된다”며 “이것이 인재를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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