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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기적' 뭉클하러 갔다가 오열해도 몰라요





영화 '기적' 스틸 / 사진=퍼스트룩 제공




마을 밖을 오갈 곳은 오직 기찻길뿐. 우리 마을에 간이역이 생기는 것이 소원인 고등학생은 그것을 위해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그저 한 고등학생이 꿈을 이뤄가는 기적같은 일이라기엔 눈물을 옴팡지게 쏟아내게 만드는, 풍성한 이야기가 스크린에 펼쳐진다.

영화 ‘기적’은 1988년도에 지어진 대한민국 최초의 민자역 ‘양원역’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더한 작품이다. 오갈 수 있는 길은 기찻길밖에 없지만, 정작 기차역은 없는 마을에 간이역 하나 생기는 게 인생 목표인 준경(박정민)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강점은 탄탄한 스토리다. 간이역 만들기에 도전하는 주인공의 모습에 허를 찌르는 가족애를 더해 감동을 선사한다. 이야기는 도로가 없어 기찻길로 마을 밖과 안을 오가는 아슬아슬한 마을 사람들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준경은 6년이 넘게 간이역도, 도로도 생기지 않은 마을에서 사람들과 동행해 기찻길 위 기차가 오는지 알려주는, 안전하게 마을 사람들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위험한 길 위에서 강물에 빠지는 사고도 발생한다. 마을을 위해 나선 준경은 청와대에 간이역을 만들게 해달라는 54번째 편지를 보낸다.

영화 '기적' 스틸 / 사진=퍼스트룩 제공


준경은 수학경시대회부터 장학퀴즈대회 도전까지, 간이역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한다. 그가 간이역을 만들려는 이유는 마을 사람들 때문도, 통학 시간만 2시간이 걸려서도 아니다. 기찻길에 얽힌 가족사는 그가 비범하다고 할 만큼 뛰어난 수학 실력을 숨기고 시골에 남아 간이역을 세우려는 이유가 된다.

물론 현실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국가의 허락이 떨어져야 했고, 예산이 편성돼야 했다. 온갖 노력에도 현실적인 문제로 간이역 설립에 실패한 준경은 결국, 직접 간이역 만들기에 나섰다. 국가의 허락으로,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시작된 준경의 간이역 짓기는 큰 갈등 없이 진행됐다. 그렇게 간이역만 지으면 끝날 줄 알았던 이야기는 아버지 태윤(이성민), 누나 보경(이수경)과 얽힌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준경의 사연으로 다시 시작됐다.



옛 감성을 불러일으킨 이장훈 감독의 연출은 스토리의 몰입도를 높였다. 이 감독은 민자역이 없던 시절인 80년대를 배경으로 설정했다. 간이역도 없고, 마을 사람들이 기찻길로만 다녀야 한다는 설정은 80년대가 아니면 설명하기 어렵다. 여기에 카세트테이프, 문방구, 폴라로이드 사진기, 지도책, 빨간 우체통 등을 소환해 아날로그적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또 감성적인 파스텔 톤 색감은 한적한 시골 마을의 모습을 더욱 부각시켜 준경의 가족이 그리는 사연에 오랫동안 여운이 남게 했다.

‘기적’이 주는 표면적인 메시지는 간이역 만들기에 직접 도전한 준경처럼 무모해 보일지라도 무엇이든 도전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준경의 진짜 꿈은 간이역 짓기만이 아니었기에, 마음속 진짜 꿈을 찾는 준경의 모습 또한 작품의 의미를 더했다. 9월 15일 개봉.

영화 '기적' 스틸 / 사진=퍼스트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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