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9일 실시되는 제20대 대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미래’를 얘기하는 후보를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전쟁이 격화하고 제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차기 지도자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는 시대적 소명을 감당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재정 포퓰리즘을 이어받은 여당 대선 주자들은 선심 정책만 남발할 뿐 성장·복지의 선순환을 위한 비전을 내놓지 못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 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외에도 기본주택·기본대출 등 장밋빛 ‘기본 시리즈’ 공약을 쏟아내더니 경기도민 전체에 대한 재난지원금 지급까지 밀어붙였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 국민 상병(傷病)수당 등 신(新)복지 구상을 밝힌 데 이어 제대 군인에게 3,000만 원씩 ‘사회출발자금’을 주는 공약을 제시했다. 윤호중 민주당 원내대표는 8일 국회 연설에서 한국은행을 통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권 매입과 아동수당 18세까지 확대 방안을 제시하며 대선 주자들의 인기 영합 정책을 거들었다.
야당의 유력 주자들도 미래 비전뿐 아니라 일자리 쇼크와 집값 폭등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85㎡ 이하 주택을 건설 원가로 공급하는 ‘청년원가주택’을,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서울 강북 지역에 4분의 1 가격으로 집을 공급하는 ‘쿼터아파트’를 공약해 포퓰리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한국은 최악의 저출산·고령화와 국론 분열에 직면해 과학기술 초격차 확보와 노동·규제 개혁에 진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국가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는 일에 온 힘을 쏟지 않으면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에서 뒤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강한 매력 국가’로 나아가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은 후대에 큰 죄를 짓는 일이다. 이제라도 포퓰리즘을 접고 미래를 얘기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선거 관리가 필수 조건이다. ‘제2의 드루킹’이 없도록 선거 부정을 철저히 차단하고 공정한 선거 관리를 위한 중립내각 구성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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