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신진과학기술고등학교 다목적실에 인공지능자동화과 학생 40여 명이 모였다. 취업 준비에 현실적인 도움이 되는 특별한 강의가 열렸기 때문이다. 마포평생학습관 아현분관이 지역의 특성화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에 도움을 주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신진과학기술고는 공업분야에서 높은 취업률을 자랑하는 특성화고다.
강의를 맡은 이채은 가온스피치 앤 퍼스널브랜딩 대표는 “특성화고에 진학할 때 자신의 진로 방향을 어느 정도 세웠을 것”이라며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진 사람인지 객관적으로 파악하면 구체적인 직업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는 방법으로 ‘홀랜드직업흥미검사’를 추천했다. 이것은 미국의 심리학자 홀랜드(Holland)가 청소년들의 진로지도를 위해 개발한 검사다. 이날 학생들은 이 대표가 준비해 온 홀랜드 검사지로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는 시간을 가졌다.
홀랜드 검사 방법은 먼저 항공기 조종사, 호텔리어, 직업군인, 학습지 방문교사 등 160개의 다양한 직업들이 나열된 목록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직업을 15개 이상 고른다. 나열된 직업에는 알파벳으로 각각의 직업 코드가 적혀있다. 직업 코드에 사용된 총 6개의 알파벳은 각각 현실형, 탐구형, 예술형, 사회형, 진취형, 관습형의 성향을 나타낸다. 자신이 고른 직업들의 직업 코드에 어떤 알파벳이 얼마나 포함됐는가를 계산하면 자신이 어떤 성향을 가졌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
진지한 표정으로 홀랜드 검사를 끝낸 학생들에게 이 대표는 구제적인 취업 목표를 세우기 위해 검사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면 좋은지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예를 들어 자신의 성향은 프리랜서 같이 자유로운 직업이 적합하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이와 달리 현재 자신이 정한 진로는 어떤 조직에 속해 일 할 수밖에 없는 직업군이라면 조직문화가 보다 자유롭고 유연한 기업으로 구체적인 취업 목표를 정하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취업 목표를 설정했다면 여기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것들에 대한 철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업 마인드맵’을 그리는 방법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종이에 자신의 취업 목표를 구체적으로 적고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필요한 자격증, 학교 성적, 외국어와 컴퓨터 활용 능력 등을 상세히 적도록 했다.
마포평생학습관 아현분관이 마련한 이 대표의 ‘취업마인드 함양과 예절’ 강좌는 ‘고인돌2.0(고전·인문아카데미2.0: 고전 인문학이 돌아오다)’의 프로그램의 하나로 개최됐다. ‘고인돌2.0’은 서울경제신문 부설 백상경제연구원과 서울시교육청 도서관 및 평생학습관이 2013년부터 함께한 인문학 교육 사업이다. 성인 중심의 인문학 강좌로 시작한 ‘고인돌’은 지난해부터 명칭을 ‘고인돌2.0’으로 바꾸고 서울 전역의 중·고등학교와 연계해 강연을 하고 있다. 역사와 건축, 경제, 과학,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총 56개 강좌로 구성된 올해 제9기 ‘고인돌2.0’은 특히 교과목과의 연계성을 높여 청소년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 내고 있다.
신진과학기술고 1학년 이세용 군은 “취업과 진로에 대한 고민이 많았는데 오늘 강의가 취업 방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강경훈 신진과학기술고 인공지능자동화과 부장교사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향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세부적인 취업의 계획과 목표를 세우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며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도움이 된 강의였다”고 말했다.
고인돌 2.0은 올 11월까지 80여개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청소년들의 인문학의 사고를 높이기 위한 강연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 이효정 백상경제연구원 연구원 hj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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