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을 6개월 앞두고 야권 유력 대선주자가 피의자 신분으로 전격 입건되는 메가톤급 이슈에 정치권은 향후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당장 “야당 탄압”이라며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도 반색을 하지 못한 채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다. 여권이 밀어붙인 고위공직자수사처의 칼끝이 야당 유력 주자를 향한다는 점에서 역풍을 우려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대선을 6개월 앞둔 상황에서의 수사가 표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면서 “결과에 따라 어느 한쪽은 상당히 불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10일 정치권에서는 공수처의 최종 칼끝이 결국 윤석열 국민의힘 예비 후보를 겨누고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윤 후보에게 적용된 혐의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공직선거법 위반 등 4개다. 윤 전 총장의 부인인 김건희 씨는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으며 윤 전 총장의 장모 최모 씨는 불법으로 요양 병원을 개설하고 요양급여를 부정하게 수급한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은 바 있다.
상황이 이렇자 당장 1992년 14대 대선을 1주일 앞두고 터진 부산 초원복국집 사건에 버금가는 역대급 대선 이슈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부산 기관장들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 드러난 사건으로 당시 여당 후보였던 김영삼 전 대통령에게 불리했던 대선 이슈였지만 하루 아침에 불법 도청이 더 큰 문제로 이슈화되면서 야당이 코너에 몰리는 역풍을 맞았다.
이번 ‘공수처 소용돌이’ 역시 여당에 유리한 듯하지만 공수처 수사 과정이 거칠게 전개되거나 사건의 실체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야당이 대선 주도권을 쥘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실체 없는 정치 공작에 학습 효과가 생긴 국민들이 대선 앞에 벌어지는 대형 이슈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경향이 생겼다”며 “공수처 수사가 균형감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는 순간 여당이 받을 역풍은 상상 이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재 야당이 수세에 몰리지만 정치적 파장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국민의힘도 이날 김웅 의원에 대한 공수처의 압수 수색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불법성과 정치적 편파성을 강하게 제기,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압수 수색에 참여한 검사와 수사관 5명을 포함해 6명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불법 압수 수색 죄로 고발할 예정”이라며 “공수처가 적법하게 압수 수색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고 압수 수색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보좌진의 개인 서류를 대상으로 압수 수색을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공수처가 당사자가 현장에 없는데도 김 의원의 동의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면서 의원실에 진입해 압수 수색을 시작했다고 전 원내대변인은 주장했다. 김 의원도 의원실 앞에서 “압수 수색 자체가 불법으로 김진욱 공수처장을 포함한 관계자들을 고발하겠다”며 “공수처가 의원실에서 이번 사건과 무관한 ‘조국’ ‘정경심’ ‘추미애’ 등의 키워드로 압수 수색 자료를 검색하고 있어 불순한 의도가 있다는 근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석열 캠프도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을 정조준했다. 김병민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김 의원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면서 영장에 윤 후보를 피의자로 적시한 것은 상습 고발자와 손발을 맞춰 윤 후보를 흠집 내려는 것”이라며 “정치적 중립성을 상실한 공수처장은 사퇴하라”고 받아쳤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프레임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박성민 정치컨설팅민 대표 “선거 국면에서는 이슈 자체보다는 이슈를 다루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며 “윤 후보가 확실한 비전 등을 제시하면 입건 사실 여부보다는 그 앞선 비전에 국민들이 기대하게 된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도 “뚜렷한 증거가 나올 수 있는 것도 아닌데 사안이 너무 복잡하다”며 “실체보다는 말 실수나 메시지 관리 등에서 공수를 주고받는 프레임 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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