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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VIEW] '펜트하우스' 끝내줬다 주단태, 아니 엄기준

엄기준 / 사진=SBS 제공




아주 길고 길었던 ‘펜트하우스’가 드디어 대장정의 막을 내린다. 시즌3까지 오며 여러 논란이 있었지만,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핏대를 세워가며 열연을 펼친 배우들의 노력은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다. 캐릭터의 파급력은 엄청났고, 엄기준은 독보적인 악역 주단태를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

2회 연장된 ‘펜트하우스3’는 10일 최종회 방송을 앞두고 있다. 죽었다 살아 돌아오기를 반복하며 결말을 예측할 수 없게 했던 헤라팰리스 사람들이 한 명씩 최후를 맞이하며 드라마도 결말을 향해 가고 있다. 끈질기게 살아남았던 주단태도 결국 심수련(이지아)의 총에 맞아 헤라팰리스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그는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까지도 헤라팰리스를 폭파시킬 폭탄의 리모콘 버튼을 누르며 악행을 멈추지 않았다.

‘펜트하우스’의 악인들 중에서도 가장 지독했던 주단태의 죽음은 가장 비참하게 그려졌다. 그는 진심으로 증오하는 심수련의 총에 맞아 민설아가 숨을 거둔 장소에서 똑같이 죽음을 맞이했다. 받아 마땅한 처벌을 받지 않고 죽었다는 점에서 속 시원한 결말은 아니지만, 떨어진 민설아(조수민)를 받아줬던 헤라상마저 그를 외면하는 연출은 곁에 아무도 남지 않은 그의 비참한 최후를 보여줬다.

그동안 엄기준은 악역 전문 배우라고 해도 될 만큼 여러 드라마에서 강렬한 악역을 맡아왔다. ‘유령’에서는 연인을 자기 손으로 죽인 조현민을, ‘피고인’에서는 쌍둥이 형을 죽인 뒤 형 행세를 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른 사이코패스 차민호를 연기했다. 주인공과 팽팽하게 대립하며 극의 긴장감을 책임졌던 이들은 모두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김순옥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주단태는 이전까지 보여준 악역을 모두 뛰어넘는 캐릭터였다. 피도 눈물도 부성애도 없는 성격은 물론이고, 무시당하는 걸 참지 못 하는 강한 자기애,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펜트하우스를 향한 집착, 어떤 위기도 빠져나갈 수 있는 막강한 부와 권력을 가졌다는 설정이 더해져 법도 처벌하지 못 하는 악인이 됐다.



엄기준 / 사진=SBS 제공


비현실적인 악행을 일삼는 주단태는 자칫 우습기만 할 수도 있는 캐릭터였지만, 엄기준은 그동안 쌓아온 악역 내공을 발휘해 캐릭터를 자신의 것으로 소화했다. 서늘한 표정과 감정 없는 눈빛이 단정한 슈트와 깔끔하게 넘긴 머리, 뿔테안경과 만나 완벽주의자 주단태를 그려냈다. 정확한 발음과 탄탄한 발성으로 만들어진 개성 강한 말투는 주단태 성대모사 유행을 불러왔다.

엄기준은 과거가 탄로 난 뒤 비굴해진 주단태를 연기하며 우스워지는 걸 망설이지 않았다. 정신병원에 갇힌 상황에서도 주석경(한지현)에게 큰소리를 치며 화를 내다가, 한순간에 비굴하게 돌변해 무릎까지 꿇고 애원하며 주단태가 애써 감추고 있던 천박함을 한껏 드러냈다.그리고 주단태가 국민 악역에 등극하면서 엄기준은 다시 한번 스타가 됐다. 그간 연극, 뮤지컬,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방면으로 활약해 왔지만 주단태처럼 대중에게 확실하게 각인된 캐릭터는 없었다. 최근 주단태 콘셉트로 광고를 두 편이나 촬영했고, 그의 과거 공연 영상에는 주단태를 언급하는 댓글이 많아졌다. 주단태는 엄기준의 연기 인생에 길이길이 남을 캐릭터가 됐다.

이제는 주단태를 보내줄 때가 됐다. 엄기준은 ‘펜트하우스3’ 종영 후 봉태규, 윤종훈과 함께하는 tvN 예능 ‘해치지 않아’로 돌아온다. 세 사람이 극 중에서 보여준 비열하고 사악한 모습과는 다른 반전 매력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주단태 다음은 뭘까. 여러모로 대단했던 주단태를 뛰어넘을 캐릭터가 나올 수 있을까. 길고 길었던 이야기에 마침표를 찍고 배우 엄기준으로 돌아온 그의 행보에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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