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70%가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할 것으로 예상되는 10월 말 이후에도 국민 모두가 마스크를 계속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 상반기부터 마스크를 떼기 시작한 미국이나 유럽 국가처럼 ‘위드 코로나’를 꿈 꿨던 국민들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방역 방향이다. 여전히 하루 확진자가 1,000~2,000명대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부가 최대한 신중하게 방역 환화를 결정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백신 도입이 늦어 다른 선진국 사람들보다 더 오래 고강도 방역을 견디고 있는 우리 국민들 사이에서는 기약 없는 일상 차단에 너무 지쳤다는 불만도 커지고 있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간 상황에서도 일정 수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이질 경우 자영업자 등 피해 계층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있고, 재정난 우려 속에서 재난지원금 지급을 또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지친 국민들 앞에 청와대와 정부가 ‘우리나라가 위기 극복을 가장 잘 하고 있다’는 지나친 자화자찬은 이제 멈춰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5차 지원금 지급 절차 시작…文 "연체자 200만명 이상 신용사면 준비"
지난 6일 소득 하위 88%에게 지급되는 국민지원금 신청 절차가 시작되면서 국민들 사이에는 여러 말이 오갔다. 특히 김부겸 국무총리가 7월14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그분들(고소득자들)에게는 사회적으로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돌려드릴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이 회자되면서 “상위 12%가 얻는 건 ‘K-자부심’”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6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민지원금을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 유행의 장기화로 모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일상복귀와 민생경제의 희망을 만들어나가길 기대한다. 지금까지 잘해 왔다. 어느 나라보다 위기를 잘 극복해왔고 위기에 강한 나라, 위기일 때 더 돋보이는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여왔다”고 자평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그 바탕에는 많은 국민들의 고통과 협력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늘 감사한 마음”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어 “지난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때 아름답고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이 보도됐다. 이번에도 국민지원금이 힘든 시기를 건너고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위로와 격려가 됐으면 한다. 특히 취약계층과 전통시장, 동네 가게, 식당 등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되고 민생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는 국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세계 최초로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는 내 손안의 개인비서, ‘국민비서’ 알림 서비스를 통해 맞춤형 정보를 손쉽게 안내받고 간편하게 신청하여 지급받는 시스템을 갖췄다. 정부는 국민지원금의 신청과 지급에 디지털 강국, 전자정부 선도국가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내수 회복세가 더딘 것이 민생의 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며 “특히 대면 서비스업과 관광·문화업, 소상공인과 자영업 하시는 분들에게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고 걱정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불가피한 선택으로 고강도 방역조치를 연장하고 있지만 최대한 빨리 일상을 회복해야 한다는 목표에 대해 한마음을 갖고 있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대로 백신 접종 완료자들에 대한 인원 제한을 완화하는 등 앞으로 점점 더 영업 정상화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고승범 금융위원장과 이석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 박종수 북방경제협력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고 위원장에게 “코로나로 인한 연체자들의 신용사면과 관련해 200만 명이 넘는 대상자들이 빠짐없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준비를 철저히 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靑, 새 방역체계 전환 시사했지만…"기준은 확답 어려워"
문 대통령은 이날 무엇보다 앞으로 새 방역체계 전환을 모색할 것임을 시사해 이목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다행스럽게도 국민들의 적극적 참여 덕분에 백신 접종률이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 1차 접종자 수가 3,000만명을 넘어서며 18세 이상 성인의 접종률이 70%에 다가가고 있고 접종 완료율도 40%를 넘어 가파르게 상승하는 등 최근 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 속도를 보이고 있다”며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만큼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어 나가면 방역과 일상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로의 점진적인 전환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가 백신 접종에서도 앞서가는 나라가 되는 것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마지막 고지를 바라보며 함께 힘 내자”고 당부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방역체계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렸다. 이른바 ‘위드 코로나’ 전환에 대해 아직까지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같은 날 기자들과 만나 새 방역체계 시점을 묻는 질문을 받고 “어느 정도 기준을 충족시켰을 때 가능할 것이냐는 굉장히 구체적인 질문에는 정확한 수치로 확답드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25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을 위해 예방접종 70% 이상, 고령층 90% 이상, 일반 성인 80% 이상 등의 기준을 언급한 바 있다고 알렸다. 이 관계자는 “방역당국하고 좀 더 면밀하게 논의를 해야 확정적으로 말씀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인구 대비 접종률로 우리가 주로 이야기를 해왔었는데 성인 접종률도 같이 병기해 눈여겨 봐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 관계자는 아울러 “인구 대비 접종률이든 성인 접종률이든 어느 수치, 어느 기준점이 됐을 때 어떤 방역체계로 전환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정 청장은 실제로 25일이 아닌 26일, “현재 예방접종률이 높아지고 델타변이 바이러스가 우세종화되면서 ‘위드 코로나’에 대한 논의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며 “현재 ‘위드 코로나’라고 하는 방역 전략의 전환이나 보완을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예방접종이 최소 70% 이상, 더 많게는 고령층 90%이상, 일반 성인 80% 이상 접종률이 완료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전환 시점에 대해서는 “현재 언제라고 이야기 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변이, 의료대응체계, 발생 규모 등 여러가지 시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드 코로나’ 아닌 ‘위드 마스크’ 강조하고 싶다”
청와대와 정부는 나아가 국민들이 기대하는 ‘위드 코로나’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형태와는 다를 것임을 암시했다. 마스크를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거리두기도 단번에 해제하지 않을 것이란 입장도 전했다.
정 청장은 7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말하는 단계적 일상 회복이 어떤 모습이냐’는 질문을 받고 “위험도에 따라 거리 두기를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게 필요하겠다”며 “실내 마스크 방역 수칙은 제일 마지막까지, 더 안전해질 때까지 지키는 게 필요하다”고 답했다. 정 청장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미접종자가 상당히 있고 돌파 감염 대비가 필요하다”며 “거리 두기를 완화할 경우 안전한 행동인 실외 활동 등부터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8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위드 코로나’ 시행 시기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전날 정 청장이 국회 답변을 통해 60대 이상의 90%, 성인의 80%가 2차 접종을 완료하는 시기가 10월 말쯤이 될 것이고 그것이 검토할 수 있는 전제가 된다는 얘기를 했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방역당국 방침을 청와대도 확인하고 있다”며 “문 대통령께서도 지난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는 만큼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 나가면 일상과 방역을 조화시킬 수 있는 새로운 방역체계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반적인 정부와 방역당국의 입장은 예방 접종률이 높아지고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면 이후 단계적인 방역 완화와 일상 회복 방안을 논의·검토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다만 전날 정 청장이 ‘방역체계가 바뀐다하더라도 마스크는 반드시 착용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위드 코로나’는 마스크를 벗는 것이 아니라 ‘위드 마스크’라는 점을 강조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일부 온라인커뮤니티 등에서는 이를 두고 “그렇다면 ‘위드 코로나’가 아니지 않느냐”며 허탈해 하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지원금 이의신청 나흘간 5만4,000건…방역 논란 대선까지 갈듯
방역의 고통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거리두기, 이로 인한 자영업자 피해, 추가 백신 확보, 부스터샷(추가 접종) 접종률 등 코로나19 관련 논란은 최소 올 연말과 내년 초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다른 나라 상황과의 비교 평가는 국민들의 인식에도 영향을 끼칠 공산이 크다. 완전한 일상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방역이 내년 3월 대선까지 결국 최대 화두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현 정부와 차기 여권 대선 주자는 ‘K-방역’ 성과를 어떻게든 높게 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면 야권 대선 주자는 이를 되도록 평가 절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5차 국민지원금만 하더라도 이를 둘러싼 갈등은 정치인과 일반 국민 모두에게 나타나고 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은 1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날 오후 6시까지 약 5만4,000건의 국민지원금 이의신청이 권익위 국민신문고를 통해 접수됐다”며 “하루 1만3,000건에 해당하는 많은 숫자”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이의신청 사유로는 가족 구성 변경, 최근에 혼인했거나 해외 체류 중인 가족이 귀국해서 구성원이 늘었으니 기준을 재검토해 달라는 사례가 가장 많았다”며 “지난해 소득 기준으로 지급대상 여부를 판단하는데 최근에 폐업했거나 소득이 크게 줄었으니 기준을 재검토해 달라는 내용이 그다음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하위 88% 기준을 소득 변화를 제때 반영하지 못하는 건강보험료를 기준으로 삼는 바람에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이들이 불만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의신청은 각 지역 주민센터에서도 할 수 있어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추정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같은 날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예방접종률이 아무리 높아진다고 해도 방역상황이 안정되지 못하면 우리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일상 회복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지난 주 정부는 예방접종 완료자를 중심으로 일부 방역기준을 조정한 바 있다”며 “일각에서는 이를 '방역 완화' 메시지로 해석하고 정부가 '위드 코로나'를 시작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에도 이틀 연속 하루 확진자가 2,000명을 다시 넘어서는 등 4차 유행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백신접종률, 자영업자의 고통, 두 번이나 고향방문을 자제해 주신 국민들의 마음까지 고려해 이번 방역대책을 마련했지만 이것이 결코 방역을 완화한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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