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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5만→3.6만 가구’…1년 앞도 못보는 정부 공급전망

서울 내년 아파트 입주물량 28% 급감

洪 “공급 확대 체감” 장담했지만

물량 축소로 신뢰도 추락 불가피

8·4. 2·4대책은 지자체·주민 반발

“규제로 공급 보릿고개 올 것” 지적도

서울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22년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 전망치를 1년 사이에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과 1년 뒤의 공급 예측도 빗나가면서 정부의 중장기 공급 목표 수치를 신뢰할 수 있느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국토교통부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정부가 예측한 2022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은 5만 가구였지만 최근 발표에서는 3만 6,000가구로 수정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전망보다 28%나 줄어든 수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며 “연말까지 평년 수준의 입주 물량 확보가 가능하며 오는 2022년 이후에는 공급 확대 효과가 더욱 체감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 것과는 정면 배치된다.

정부의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예상치가 대폭 줄어든 것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관리제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으로 분양 일정을 미루는 곳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간 조사 업체인 부동산114는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이 2만 423가구로 역대 최저 수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내내 “주택 공급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견지하다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8·4 대책, 2·4 대책 등을 통해 중장기 대규모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대책 발표 이후 공급 예정 부지를 놓고 지자체 및 소유주의 반발에 부딪쳐 잇따라 계획을 수정하며 공급 차질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2025년까지 전국에 205만 가구, 향후 10년간 서울에 연간 1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장기 목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과 1년 새 서울 입주물량 전망 28% 축소


정부는 최근 2022년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 전망치를 3만 6,000가구로 제시했다. 지난해에는 2022년 서울에 5만 가구가 공급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1년 사이에 28%나 줄어든 것이다. 홍 부총리가 공급 확대를 장담한 것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수치다.

실제로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달 9일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올해 수도권(18만 3,000가구) 및 내년 서울(3만 6,000가구) 아파트 입주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며 ‘수급 미스매치’를 우려하기도 했다.

불과 1년 사이에 정부의 예측이 빗나간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산정 방식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인허가 물량이 차질없이 진행되는 것을 전제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계산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각종 규제로 실제 입주 물량이 급감할 것으로 전망되자 정부도 공급 물량 계산 방식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정부 전망치가 여전히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토부는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내년 3만 6,000가구로 감소한 후 2023년에는 5만 가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부동산114는 내년 2만 423가구로 역대 최저 수준을 기록한 데 이어 2023년 역시 2만 1,110가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 중장기 공급 목표 신뢰 추락 불가피


전문가들은 ‘영끌’ 수준인 정부의 중장기 공급 전망치 역시 시간이 갈수록 축소가 불가피해지면서 정책 신뢰도가 추락할 것으로 우려했다. 이미 주민들과 지방자치단체의 반발 등으로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 아파트 모습. 정부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전망치를 1년 사이에 대폭 축소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중장기 공급 목표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8·4 대책에서 발표된 신규 택지 후보지 18곳(3만 3,000가구) 중 마포구 서부면허시험장(3,500가구), 용산구 용산 캠프킴 부지(3,100가구), 서초구 서울지방조달청 부지(1,000가구) 등 지구 지정이나 지구계획·사업계획 승인 등 인허가 단계에 돌입한 곳은 전무한 상황이다.

1만 가구 공급이 예상됐던 용산구 정비창 부지도 주민들과 서울시가 국제업무지구에 임대주택을 세우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핵심지인 태릉 공공택지와 과천정부종합청사 부지의 경우 지자체 반발에 부딪쳐 대체 부지를 찾아야만 했다.

2·4 대책으로 불리는 ‘공공 주도 3080+ 대책’을 통해서도 정부는 약 25만 가구 규모의 신규 공공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곳곳에서 반대에 부딪치고 있다. 도심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로 선정된 56곳(서울 44곳)의 후보지 가운데 27곳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뒤늦게 단기 공급책 꺼냈지만 실효성 의문


공급 전망에 빨간불이 켜지자 정부는 부랴부랴 단기 대책을 내놓고 있다. 국토부가 최근 꺼내든 도시형생활주택 및 주거용 오피스텔 규제 완화가 대표적이다. 사실상 주택 분양가격 통제 수단으로 이용돼온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심사제 역시 개선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하지만 수요자들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두 가지 모두 수요자들이 원하는 주거 형태와 거리가 있다”며 “수요자들이 원하는 공급이 이뤄져야 공급 절벽 속 주택 매수 심리를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주선 홍익대 도시건축대학원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와 다주택자 규제 완화 등으로 공급 물꼬를 터주지 않으면 향후 5~6년간 심각한 공급 보릿고개가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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