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당국이 한국판 뉴딜 10대 대표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스마트 미래학교에 대한 논란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그린스마트 개축 대상 학교 중 안전등급이 양호등급(B등급)인 곳이 대거 포함된 데다 갑작스러운 신입생 등록 불가, 특수학급에 대한 대책 부족 등 현실과 동떨어진 사례가 잇따르면서 교육 현장의 혼선과 불만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13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그린스마트 개축 대상 학교로 선정된 35개 초등학교 중 북가좌초·언북초 등 교육청 주도의 안전 정기 진단에서 양호등급(B)을 받은 초등학교도 대거 포함됐다. 서울시교육청은 40년 이상 경과한 학교를 대상으로 건물 노후도, 안전등급, 내진 보강 등을 고려해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학부모와 학생들은 교육 당국이 안전성을 검증해놓고 갑자기 뒤집는 처사라며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올해 그린스마트 개축 대상으로 선정된 서울 서대문구 북가좌초는 지난 3월 진행된 정기 안전 점검 결과 B등급을 받았다. 통상 B등급은 안전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중대 결함 사유가 없어 사용 제한이 필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서울시는 53년 된 북가좌초의 경우 보수공사보다 개축이 효율적이란 입장이다. 북가좌초 학부모들은 “건물의 준공 연도와 노후화는 다른 문제”라며 “최근 두 달간 진행된 안전 진단에서 B등급을 받고 8월 개축 대상에 포함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언북초등학교 역시 올해 3월 안전 진단에서 B등급을 받고도 그린스마트 개축 대상에 포함됐다. 언북초 학부모들은 “언북초는 학생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꾸준한 개·보수가 진행됐다”며 “모든 건물이 양호등급으로 무리한 개축의 이유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린스마트 학교 선정이 충분한 상의 없이 갑작스럽게 통보되면서 예비 초등학생을 둔 학부모들은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라며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서울 서대문구 연희초등학교는 2학기 개학 전날 그린스마트 미래학교 선정과 강제 전학 사실을 학부모에게 통보했다. 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강제 전학해야 하는 상황인데 인근 북가좌초 역시 개축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전학도 쉽지 않다. 예비 학부모는 “동의 없이 갑자기 통보된 데다 이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초등학교를 위해 이사를 강행해 더욱 막막하다”고 말했다.
그린스마트 학교 선정으로 인한 개축 시 특수학급 학생에 대한 대응도 문제로 지적된다. 학교 개축 시 전학을 가지 않으면 컨테이너 박스형(모듈형) 교실에서 수업을 받아야 한다. 언북초의 한 학부모는 “현재 특수학급 아이들이 갈 곳이 없어지는데 이들의 교육권 보장도 문제가 된다”고 말했다. 언북초는 지난해 졸업생 기준 60학급 중 특수학급 2개 반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그린스마트 사업은 40년 이상 된 학교 중 석면 제거, 내진 보강이 시급하게 필요한 학교 등을 우선적으로 선정하고 개축을 통해 안전한 교육권을 보장하는 데 중점을 뒀다”며 “앞으로 교육 현장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데 반대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학부모 설득 등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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