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칙한 이준석이 흘러넘치는 자신감을 잘 통제하면서 부디 자신의 ‘싸가지 관리’에 유념하면 좋겠다”
“정치적 계산도 없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 난센스다. 홍준표는 덜 용감해져야 한다”
현 정권 들어 진보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 돌직구를 거침 없이 날려온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가 보수 쪽으로 시선의 방향을 확 틀었다. 강 교수는 널리 알려진 대로 진보를 비판하는 진보 인사다. 저서 ‘부족국가 대한민국’에서 “나는 보수에 애정이 없다. 보수가 잘되게끔 애를 쓰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밝혔을 정도다. 그랬던 강 교수가 보수권 인사 분석에 나섰다. 오는 24일 공식 출간되는 사회 비평서 ‘The 인물과 사상 02’에서 강 교수는 “누가 잘되건 나라와 국민만 잘되면 그만 아닌가. 보수와 진보의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며 앞으로 성역 없는 분석의 스펙트럼을 넓히겠다고 선언했다.
이 같은 선언 후 첫 번째로 분석한 인물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다. 강 교수는 제1장 제목을 ‘발칙한 이준석’으로 정하고 “‘싸가지 면책특권’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현재 이 대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그의 성장 과정을 하나 하나 짚는다. 강 교수는 서울과학고, 하버드대 출신인 이 대표의 창의성과 다양성이 율사 출신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화합하지 못하는 건 자연스럽다고 분석하기도 한다.
“소년급제 저주 조심하란 말 꼰대 소리 아냐”
이 대표의 문제점으로는 다변과 급한 성격을 꼽는다. 또 강 교수는 “문제 제기 방식이나 화법엔 싸가지가 없으며, 비판도 거칠고 오만할 때가 많다”며 “흘러넘치는 자신감이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강 교수가 ‘싸가지 없음’ 자체를 문제 삼는 건 아니다. 강 교수는 “50년 전 김영삼과 김대중이 ‘40대 기수론’을 내세웠을 때, 그들에게 싸가지가 있었다고 생각하는가?”라면서도 “싸가지는 맥락이 중요한 개념”이라고 부연한다. 이 대표의 ‘능력주의 예찬’‘페미니즘’ 비판 등은 맥락을 벗어났다는 지적이다. 강 교수는 “옛 사람들이 ‘소년 급제’‘소년 등과’의 저주를 조심하라고 경고한 건 케케묵은 꼰대의 목소리가 아니다”며 “계속 발칙하면서도 겸손해야 할 때 겸손한 이준석을 보고 싶다”고 말한다.
“여론 의식 않고 대통령 되겠다? 난센스”
강 교수는 최근 윤 전 총장을 치고 올라온 야권 대권 주자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책에서 주목했다. 제4장 ‘너무 용감한 홍준표’에서 강 교수는 홍 의원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 홍 의원이 민주당에 입당할 뻔 했던 에피소드로부터 시작한다. 1996년 1월 노무현 등 당시 이른바 ‘꼬마 민주당’ 전·현직 의원들이 ‘전직 검사 홍준표’의 집을 찾아가 입당을 권유했고, 그도 민주당 입당을 원했으나 결론적으로 민자당에 입당하게 된 사건이다. 강 교수는 “흙수저 출신으로 살아온 데다 대학 시절 민주화 시위 경력까지 있었던 홍준표 삶의 궤적은 진보와 더 친화성이 있었다”고 말한다.
강 교수는 홍 의원이 이미지 정치에 소홀했고, 이에 더해 ‘지나친 막말’이 회자 되면서 진보에 의해 ‘악마화’됐다고 평가한다. 경남도지사 실절 진주의료원 폐쇄나 무상급식 폐지 등의 논란을 ‘막말’이나 ‘버럭’ 대응으로 끝낼 게 아니라 좀 더 심도 있는 논의의 장으로 끌고 갔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정한 진보라기 보다는 감성 집단에 불과한 한국 진보”와의 싸움에서 홍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손해 보는 게임을 했다는 것이다.
또 강 교수는 홍 의원이 대통령을 꿈꾼다면 ‘독고다이(홀로 결정하고 처리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 일본어에서 온 속어)’ 기질을 이제는 통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아울러 강 교수는 “홍준표는 정치적 계산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이 아니며, 옳고 그름의 판단에 따라 말하고 행동할 뿐이며, 옳다고 생각하는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믿는다”면서 “하지만 그게 문제”라고 강조한다. 강 교수는 “정치적 계산도 없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대통령이 되겠다? 난센스”라며 “맥락을 고려해 메시지의 수위와 표현 방식을 조절할 줄 아는 마인드 역량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이밖에 강 교수는 이번 책에 ‘왜 국민의 3분의 2는 이재용 사면을 원했을까’ ‘왜 BTS는 살아 있는 자기계발서인가’ ‘윤석열 비판 콘텐츠가 드러낸 민주당의 본질’ 등에 관한 글도 함께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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