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 거론되는 김웅 국민의힘 의원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13일 재개했다. 김 의원실의 반발로 압수수색이 무산된 지 사흘 만이다. 공수처는 김 의원 측이 ‘영장 집행 과정에 위법성이 있다’며 법원에 준항고장을 냈지만 이를 무시하고 압수수색을 강행했다. 여타 사건과 달리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해 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정치 중립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는 이날 여의도 의원회관 3층 김 의원실에 검사와 수사관 등 17명을 보내 압수수색을 재시도했다. 압수수색은 약 3시간 만인 오후 5시40분께 종료됐다. 공수처는 이날 김 의원의 PC와 함께 보좌진의 PC도 들여다봤다. 하지만 보좌진의 PC는 김 의원이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추가 절차는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앞서 10일 김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을 비롯해 자택과 차량,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의 대구고검 사무실과 서울 자택 등을 동시다발로 압수수색했다. 하지만 김 의원 사무실은 반발로 불발됐다.
김 의원 측은 11일 “공수처의 영장 집행 과정에서 위법성이 있었다”며 서울중앙지법에 영장을 취소해 달라는 준항고장을 제출했다. 사건은 이날 형사31단독 김찬년 판사에게 배당됐다. 김 의원 측은 공수처가 김 의원과 변호사 입회 없이 일부 범죄 사실만 언급한 채 영장을 집행하고 압수물 대상에 적시되지 않은 보좌관과 비서관, 비서관의 PC, 서류까지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또 PC 자료 추출 과정에서 혐의와 관계가 없는 ‘오수(김오수)’ 등 단어를 검색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준항고는 법관 등 사법기관이 행한 처분에 불복해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는 방식이다. 법원이 인용하면 공수처는 영장을 다시 발부 받아야 한다. 하지만 공수처는 “근거 없는 정치 공세”라며 법원 판단을 기다리지 않은 채 ‘속전속결’로 영장 재집행에 나섰다.
공수처가 ‘불도저식 수사’를 밀어붙이자 야권을 중심으로 한 정치권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수처가 여권 성향 시민 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의 고발장이 접수된 지 사흘 만에 윤 전 총장을 입건 처리했기 때문이다. 김 의원과 손 검사의 공모 여부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윤 전 총장을 사실상 ‘윗선’으로 전제한 것은 정치적인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이날 의혹의 제보자인 조성은 씨와 박지원 국정원장 등 3명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윤 전 총장의 대통령 당선을 방해할 목적으로 온라인 매체를 통해 고발 사주 의혹을 제기했다는 취지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범죄의 단서조차 없는 상태에서 윤 전 총장을 입건했는데 최소한 대검 진상 조사 결과가 나온 이후 강제 수사에 착수했어도 충분했다고 본다”며 “공수처의 행보는 선거라는 국민의 선택을 왜곡시키는 수순으로 보이는데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과 공수처의 ‘투 트랙 수사’가 이뤄질지 여부도 관심이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와 황희석 최고위원은 이날 윤 전 총장과 배우자 김건희 씨, 한동훈 검사장, 손 검사, 김웅·정점식 국민의힘 의원 등을 대검찰청에 고소했다. 윤 전 총장이 손 검사를 통해 민간인 정보를 수집하도록 지시하고 이를 토대로 작성한 고발장을 국민의힘에 전달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주장이다. 대검 감찰부 감찰3과는 손 검사에 대한 진상 조사에서 감찰 및 수사로 전환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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