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초 마크 밀리 미국 합동참모본부 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군사 공격 명령과 핵 발사 등을 우려, 이를 막기 위한 비밀 행동을 단독으로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4일(현지시간) CNN은 워터게이트 특종 기자로 잘 알려진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과 로버트 코스타 WP 기자가 발간할 저서 'Peril'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했다. CNN은 오는 21일 출간되는 이 책의 복사본을 입수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에도 합참의장이었던 밀리는 지난 1월 6일 국회의사당 폭동이 발생한 지 이틀 뒤 트럼프가 혹시라도 위험한 군사 공격이나 핵무기 발사를 명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단독으로 비밀조치를 취했다. 밀리는 지난 1월 8일 핵무기 발사를 포함한 군사 조치 과정을 점검하기 위해 그의 펜타곤 사무실에서 비밀 회의를 소집했으며, 국가군사지휘본부(NMCC)의 고위 군 관계자들에게 자신이 개입되지 않는 한 그 누구로부터도 명령을 받지 말 것을 지시했다. 책은 당시 밀리가 "무슨 말을 듣든지 절차를 밟아라. 내가 절차의 일부다"라고 말했다며, 이 과정에서 관계자들의 눈을 일일이 쳐다보고 확실하게 이해했는지를 답할 것을 요청했다고 적었다. 밀리는 이 과정을 일종의 '선서'로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밀리가 당시 군사훈련까지 연기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밀리가 군사 공격까지 우려하며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은 트럼프의 변덕스러운 행동 등을 직접 목격해왔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당시 그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도 통화를 했는데, 펠로시에게 핵무기가 안전한 상태임을 안심시키려 했다. 펠로시는 "만약 그들이 국회의사당에 대한 공격에 있어서도 그를 막지 못한다면, 그가 다른 무엇을 할지 누가 알겠느냐?"며 "그가 미쳤다는 것을 당신도 알지 않느냐. 그는 오랫동안 미쳐 있었다"고 우려했다. 이에 밀리는 "저도 모두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펠로시가 말한 ‘그’는 트럼프를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저자들은 이 통화의 녹취록을 단독으로 입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책은 직접적인 관계자와 목격자 등과의 200회 이상의 인터뷰에 기반해 작성됐으며, 트럼프의 임기 마지막날 그의 백악관 사무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등을 담았다. 당시 트럼프는 권력에 필사적으로 집착하며 보좌관들에게 고함을 지른 것으로 묘사됐다. 이 밖에도 취임 이후 지난 6개월동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결정을 내렸는지, 트럼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도 담겼다.
밀리는 트럼프가 중국과의 전쟁을 촉발할 것을 우려해 리줘청 중국 합참의장과 비밀리에 통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WP는 대선 나흘 전인 지난해 10월 30일과 올 1월 8일에 통화가 이뤄졌다며, 이는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전했다.
첫 통화에서 밀리는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준비에 나섰다고 중국이 믿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뒤 이뤄져다. 당시 밀리는 "미국 정부는 안정적이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싶다"며 "우리는 당신(중국)을 공격하거나 어떤 동적인 작전도 수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밀리는 지난 5년간 알고 지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미국이 공격할 경우 미리 전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두 달여 뒤 이뤄진 두번째 통화에서 밀리는 "우리는 100% 안정된 상태다. 모든 것이 괜찮다. 다만 민주주의는 때때로 엉성하다"고 말하며 의사당 폭동 사건으로 인한 중국 측의 공포를 달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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