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경제위기 속에서 레바논이 연료난을 겪고 있는 가운데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이란산 연료를 수입해 공급하기 시작했다.
16일(현지시간) ABC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이란산 디젤을 신은 유조차 20여대가 시리아 국경은 넘어 레바논 북동부 알아인 지역으로 들어왔다. 이는 시아파 이슬람 무장 정파 헤즈볼라가 들여온 것으로, 이란은 유조선에 연료를 실어 인근 시리아로 보낸 뒤 우회 경로로 레바논에 보냈다.
ABC뉴스는 "이는 3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 행동계획)에서 탈퇴한 뒤 이란에 가해진 미국의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 2018년 핵 합의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이란에 대한 제재를 복원한 바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에도 이 같은 제재는 유지되고 있지만, 이번 이란산 연료 운송 과정에는 어떤 제약도 없었다.
헤즈볼라의 지지자들은 이를 강력하게 환영했다. 한 지지자는 "우리가 미국과 다른 국가들의 포위망을 뚫은 만큼 이는 우리에게 매우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1982년 이란 혁명수비대의 지원을 받아 조직된 헤즈볼라는 군사적 무장과 함께 정계에서도 영향력을 키워 레바논 내각은 물론 의회에도 참가한다. 일각에서는 헤즈볼라가 이번 연료 공급을 통해 레바논 내 입지를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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