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이 16일 시청에서 ‘서울시 바로 세우기 가로막는 대못’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민간 위탁과 보조금 사업에 대한 개선안이 나왔지만 전임 시장이 박아놓은 ‘대못’들 때문에 시정 조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잘못된 것을 바꿀 수 없도록 조례·지침·협약서 등 다양한 형태로 시민 단체에 대한 보호막을 겹겹이 쳐놓았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대표 사례로 ‘서울시 민간위탁 관리지침’과 함께 △종합성과 평가를 받은 기관은 같은 해 특정감사 유예 △수탁 기관 변경 시 고용 승계 비율 80% 이상 유지 △각종 위원회에 시민 단체 추천 인사 포함 규정을 꼽았다. 실제 방만한 운영 사실이 드러나 민간 위탁·보조 사업의 대표적인 문제 사례로 꼽혔던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서마종)’의 경우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 7월 실태 조사 후 감사에 착수하려고 했다가 유예하기로 했다.
오 시장은 “종합성과 평가는 민간 위탁 기관이 당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것”이라며 “감사는 기관 운영이나 사업 수행 과정에서 불법·부당함이 없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목적과 내용·방법이 모두 다르다”고 강조했다. 해당 규정이 민간 위탁 기관에 대한 최소한의 통제도 제대로 못하게 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오 시장은 고용 승계 비율 유지 규정에 대해 “사업 실적이 매우 부진하거나 문제를 일으켜 사업권을 박탈당해도 대부분의 직원들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자리를 지킬 수 있도록 한 특권”이라고 비판했다. 각종 위원회 및 민간 위탁 기관 선정 과정을 관장하는 직위의 시민 단체 출신 인사들은 공정한 기관 선정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 시장은 시에서 자체적으로 개정할 수 있는 지침·규정을 우선 개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시의회의 권한인 조례 개정에 대해서는 “시와 시의회의 존재 이유는 예산을 알뜰하게 쓰고 사업 목적을 최대한 끌어올려 효율적인 예산 집행이 될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협조를 기대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서마종 위탁 운영 기관 선정에서는 서마종이 설립된 2012년부터 위탁을 맡아온 단체인 ‘사단법인 마을’이 탈락 위기에 놓였다. 15일 진행된 심사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우선 협상 대상자에 해당 단체 대신 다른 단체가 선정됐다.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통상 먼저 사업계획 협의를 진행하게 되는 우선 협상 대상자와 위탁 협약을 맺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고용 승계 비율 유지 규정이 적용되면 위탁 기관 변경의 효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결국 서마종이 수행하는 마을공동체·주민자치회 지원 사업이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