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 추석과 함께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가을이 찾아왔다. 물너날 것 같지 않았던 폭염이 시나브로 물러나면서 아침·저녁으로 조깅 등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시원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가을 산행을 즐기는 이들도 많아졌다. 조깅과 등산을 하기 좋은 날씨가 가을철 찾아오는 반가운 손님이라면 ‘허혈성 심질환’은 가을 불청객이다. 전문가들은 협심증과 심근경색증 등 허혈성 심질환은 환절기 돌연사를 유발하는 주요 질환 중 하나여서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허혈성 심질환은 심장 근육에 혈액 공급이 부족해져 생기는 질환이다.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에 문제가 생겨 발생하는 질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협심증은 관상동맥이 좁아져 혈류의 흐름이 원할하지 않은,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이 아예 막혀 혈류가 막히는 질환이다. 협심증은 그 자체로도 위험하지만 심근경색증으로 진행할 수 더 위험하다.
평소 멀쩡하다가도 가끔씩 가슴 통증이 생긴다면 협심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협심증은 보통 가슴 중앙이나 왼쪽에 통증이 생긴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쥐어짠다’ ‘조인다’ ‘뻐근하다’ ‘누른다’ ‘답답하다’ ‘터질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왼쪽 팔이나 목·턱·등으로도 통증이 퍼질 수 있다.
협심증은 가슴 통증 양상에 따라 ‘안정형·불안정형·변이형’ 협심증으로 나뉜다. 조깅이나 등산 등 활동을 할 때 가슴 통증이 발생하면 안정형 협심증일 가능성이 있다. 5분 정도 가슴 통증이 발생하고 쉬면 바로 통증이 줄어 들어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가 많다. 불안정형 협심증은 가슴 통증이 20~30분 정도 지속되고 활동할 때뿐만 아니라 안정 시에도 발생한다. 변이형 협심증은 가슴 통증이 새벽이나 이른 아침에 발생하는 것이 특징이다. 변이형 협심증의 경우 술·담배·스트레스가 직접적으로 혈관 수축시켜 더 주의해야 한다.
심근경색증은 협심증과 달리 가슴 통증이 1시간 이상 지속된다. 통증이 극심해 대부분의 환자가 응급실로 실려와 진료가 이뤄진다.
조성우 일산백병원 순환기내과(심장혈관센터) 교수는 “심장에 혈액을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져서 생기는 협심증을 방치할 경우 관상동맥이 완전히 막히는 심근경색으로 진행할 수 있다”며 “가슴 통증 빈도가 잦아지고 활동할 때뿐만 아니라 안정 시에도 증상이 발생하면 무시하지 말고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실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심근경색증 조기 증상을 인지하고 있는 사람은 전체 국민 중 절반도 되지 않았다. 지난 2018년 기준 48.7%에 그쳤다. 심근경색증 사망률이 높은 것도 사람들이 이 질환에 대해 잘 모르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질병관리청에 의하면 2018년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3만2,000명이다. 우리나라 사망 원인 2위를 기록했다.
모든 질환이 그렇듯 예방이 최선이다. 심장 질환 예방을 위해서는 혈압과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혈관 3대 숫자’를 기억해야 한다. △혈압 120/80㎜Hg 미만 △공복 혈당 100㎎/dl 미만 △콜레스테롤 200㎎/dl 미만으로 관리하면 된다.
조 교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흡연·비만·스트레스 등이 심장 질환의 대표적인 위험인자”라며 “이런 위험 인자 관리를 위해 주기적인 건강 검진이 필요하고 심장 질환이 진단되면 약물 치료 및 생활 습관 관리를 통해 인험 인자를 관리·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심혈관질환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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