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는 8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늘어나면서 깜짝 증가세를 보였지만 7월 수치가 하향 조정되고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을 웃돌면서 혼조세를 보였는데요.
이날 눈에 띄는 발언이 있었습니다. 베리타스 파이낸셜의 그렉 브랜치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우리는 9월이나 10월에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가 5%를 찍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며 “전체적으로는 6% 이상을 볼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증시하락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요.
그래서 오늘은 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이코노미스트였던 클라우디아 샘이 보는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 번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그는 뉴욕타임스(NYT)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연준 출신인 만큼 구체적인 수치 전망을 하지 않지만 원론적으로 물가상승을 어떻게 볼지 들려줍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힌다는 차원에서 보시면 되겠습니다.
“중고차 가격 디플레이션 요소…공급문제, 다른 나라 백신접종에 달려”
클라우디아 샘은 최근 서울경제신문을 포함해 독자들을 대상으로 질문을 하나씩 할 수 있는 이벤트를 했는데요. 저를 포함해 상당 수가 인플레이션을 물었습니다.
우선 그는 물가상승세가 점차적으로 둔화하고 있다고 봤습니다. 8월 CPI가 전년 대비 5.3% 증가하면서 7월(5.4%)보다 상승폭이 낮았는데요. 클라우디아 샘은 “고무적인 것은 수개월 간 물가상승에 크게 기여한 중고차 가격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고차 가격은 과거 가격추세보다 훨씬 높기 때문에 코로나19가 잦아들면 디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8월에 중고차 가격이 1.5% 낮아졌습니다.
이는 캐시 우드 아크 인베스트 대표의 생각과 같은데요. ‘3분 월스트리트’에서 전해드린 바 있듯 캐시 우드도 중고차 가격이 내년에는 물가를 되레 내리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현재 비정상적으로 높은 중고차 가격이 100인데 내년에 예전 수준인 90이 된다고 치면 마이너스 10%가 됩니다. 연준 내에서 오래 거시경제를 다뤄온 전문가 역시 이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는 것이죠.
개별 가정에는 좋지 않지만 추가실업수당 지급과 연방정부의 지원책 중단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덜어준다고 그는 봅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 지금의 고물가가 지속하느냐인데요. 그도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은 내놓지 못합니다. 클라우디아 샘은 “인플레 수치가 낮아졌지만 올해 상승 속도가 지속할지 일시적일지는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했는데요.
우선 공급망이 문제입니다. 그는 “우리의 공급망 중 대부분이 해외에 달려있기 때문에 (미국의) 완전한 경제회복은 글로벌 백신접종이 얼마나 되느냐에 달려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공급발 인플레 우려가 많은데 이 부분이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글로벌 백신접종 비율이 높아져야 한다는 뜻이지요.
델타변이도 문제입니다. 여전히 백신을 맞지 않은 이들이 적지 않고 겨울이 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는 거죠. 매달 나오는 지표를 잘 살펴봐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입니다.
“그동안 글로벌 공급망 덕에 낮은 가격 유지…연준, 공급발 인플레 해결 못 해 금리인상 요구 잘못”
앞서 언급드린 대로 최근에는 공급발 인플레 우려가 많습니다. 클라우디아 샘도 공급 문제를 언급했죠. 반도체 칩 외에도 항만, 트럭과 기차 같은 내륙운송까지 물류비용이 치솟고 시간이 더 걸리고 있습니다.
클라우디아 샘은 공급문제로 인한 연준의 금리인상은 옳지 않다는 입장입니다. 그는 “연준이 공급에 의한 인플레를 통제하기 위해 많은 일을 할 수 없다. 주로 공급망 차질로 인한 일시적인 인플레 급등에 연준이 지금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끝없는 주장은 좌절스럽다”고 했는데요.
그는 미국이 코로나19 이전까지 글로벌 공급망 덕에 물가상승률이 낮을 수 있었다는 점을 거론합니다. 주요 국가들도 마찬가지인데 세계화 덕에 인건비가 싼 나라에서 물건을 수입했던 거죠. 주요 선진국들도 한국에서 중국, 베트남, 인도 등으로 수입처를 바꿔가며 계속해서 값싼 제품을 들여왔습니다. 소비자들도 혜택을 봤지요.
하지만 코로나19를 전후해 세계화와 분업에 차질이 생겼습니다.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 기업들이 코로나19로 셧다운 되면서 생산을 못했고 일부 품목은 중국 정부가 강제로 수출을 막았죠.
지난 해 봄 같은 최악의 상황은 지났지만 코로나19의 영향력은 여전합니다. 이러다 보니 소비 증가와 추가 재고확보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오르죠.
그러나 그는 연준이 해결할 수 없고, 시간이 지나면서 풀려야 할 공급문제로 금리를 올리면 실책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클라우디아 샘은 “코로나19 이전보다 일자리가 수백 만 개 부족하다. 지금은 연준이 지원을 철회할 때가 아니며 브레이크를 밟을 때도 아니”라고 했는데요.
그는 공급발 인플레이션에 관한 한 연준도 잘 알고 있다고 합니다. 이미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죠. 그의 말을 바탕으로 추론을 하면 연준이 공급발 인플레이션 비중이 크다고 보는 한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합니다.
“공급망 붕괴 결국 진정될 것…집값, 궁극적으로 공급확대해야”
클라우디아 샘은 공급망 붕괴가 결국 진정될 것이라고 보고 있기도 합니다. 인플레도 일시적이라는 얘기죠. 그는 “더디고 요철이 많은 상황이 고통스럽지만 우리는 (큰 틀에서) 코로나19를 통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공급망 붕괴는 결국 진정될 것”이라고 했는데요.
집값에 관해서는 연준의 양적완화(QE)가 가격상승에 일조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미국 국채와 모기지담보부증권(MBS)을 매입함으로써 금리상승 압력을 낮췄고 이는 금리에 민감한 소비수요를 늘렸다”며 “금리가 낮아지면 대출비용이 낮아져 주택수요가 증가한다. 그 결과 공급보다 수요가 더 빨리 증가했고 이것이 집값 상승을 불러왔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QE를 줄인다고 집값을 다시 낮출 수 있을까요? 클라우디아 샘은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그는 “미국에서 집을 더 싸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더 많이 짓는 것”이라며 “건축에 대한 규제와 제약이 문제이며 주정부와 지방정부는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도구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연준이나 전문가들의 생각과 같은데요.
이는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내용 같습니다. 집값을 잡겠다고 금리를 올릴 게 아니라 그에 따른 부작용도 크므로, 공급확대에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야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을 지원하면서도 집값도 안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리하면 △고물가 끝났다고 말하기는 일러 △중고차 가격 디플레 요소이며 공급망 문제 결국 해결될 것(인플레 일시적일 가능성 높다는 뜻) △공급에 관해서는 인플레도 집값도 연준이 할 수 있는 게 없음 등입니다. 구체적인 내용과 수치는 없지만 인플레 논쟁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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