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강윤성(56)이 재판에 넘겨졌다. 심리분석 결과 강씨는 타인을 성적·경제적 이용 수단으로 여기는 ‘사이코패스’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은 24일 강씨에게 살인·강도살인·사기·전기통신사업법위반·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공무집해방해 등 7개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지난 7일 사건을 송치한 후 검찰은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강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는 등 보완 수사를 벌여 왔다.
강씨는 지난달 26일 40대 여성 A씨를 자신의 자택으로 데리고 가 신용카드를 강취한 후 살해하고, 같은 달 29일 새벽 50대 여성 B씨와 금전 문제로 다투다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 결과 강씨는 첫 번째 피해자 A씨를 살해한 다음날인 8월 27일 A씨의 신용카드로 596만원 상당의 휴대전화를 4대 구입하고 이를 되판 후, 절단기로 전자발찌를 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강씨는 경찰에 구속된 후 유치장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경찰 두 명의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한 혐의(공무집행방해)로도 지난 16일 추가 송치됐다.
검찰의 보완 수사 결과 강씨는 지난 5월 가출소된 직후부터 별다른 직업 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재력가 행세를 하고 다닌 것으로 나타났다. 강씨는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돈을 빌리거나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유흥비를 마련했다. 두 번째 피해자인 B씨에게도 재력가인 척을 하며 2,200만원을 차용했다. B씨는 강씨가 전자발찌를 끊고 도주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돼 “돈을 갚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말했고 강씨는 이에 화가 나 B씨의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씨의 추가 범행도 확인됐다. 강씨는 첫 번째 피해자 A씨를 살해하기 한 달 전인 7월 27일에는 휴대폰을 개통하며 받은 휴대폰 신제품 두 대를 중고폰으로 처분하는 소위 ‘휴대폰 깡’ 사기를 저질렀다. 이후엔 타인에게 자신의 유심침을 건네줘 전기통신사업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통합심리분석을 실시해 강씨에게 반사회성 성격장애가 있으며 이 장애가 범행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강씨는 법과 사회 제도에 대한 만연한 피해 의식과 분노감으로 피해자들을 성적·경제적 이용 수단으로 여기는 조종 욕구가 강하다”며 “범법행위를 통해 이득을 취하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도 부재하고, 돈에 대한 과도한 집착과 통제 욕구도 강한 사이코패스”라고 설명했다.
강씨는 수사 과정에서 정신 질환을 호소하며 여러 차례 소환에 불응했다고 한다. 하지만 검찰은 강씨에게 실제로 정신질환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이 같은 행동은 ‘불편한 상황을 회피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인다”며 “정신 증상의 발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고 말했다.
다만 검찰은 강씨의 살인예비 혐의는 증거 불충분으로 혐의 없음 처분했다. 앞서 경찰은 강씨가 A씨와 B씨 살해 사이 제 3의 여성인 C씨를 상대로도 범행을 계획했다고 보고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송치했다. 하지만 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살해 의도를 부인했다고 한다. 검찰은 “실제로 C씨에 대한 원한관계 등 범행 동기가 확인되지 않았고 강씨가 경찰 조사 과정에서 허위·과장 진술을 했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강씨가 C씨에게 만나자고 연락한 것만으로는 살인 예비라고 인정하기는 어려웠다”고 밝혔다.
검찰은 “강씨의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피해자 측 법정 진술권 보장 등 각종 지원을 검토해 피해자 지원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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