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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안보’ 말만 말고 전략산업 기술 초격차 서둘러라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27일 “경제·기술·안보 등이 연계된 국가 간 경쟁에 대응해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경제·안보가 결합된 현안을 논의하는 공식 기구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였다. 하지만 글로벌 산업 패권 전쟁이 격화하자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하기 위해 경제부총리 주재로 별도의 장관급 협의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제안보전략회의 신설은 미국 백악관이 최근 세 번째 반도체 회의를 열어 모든 기업에 재고·판매·매출 정보 등 기밀 사항을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과 관련해 주목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요구에 불응하면 ‘국방물자생산법’ 발동까지 검토할 방침이다. 이는 자유무역을 훼손할 수 있는 조치임에도 개별 기업들이 자체 대응할 방법이 없고 기댈 곳은 정부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리 정부가 핵심 동맹국에 맞서기도 힘들고 쓸 수 있는 수단도 많지 않다.

결국 경제 전쟁의 터널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기술 초격차’뿐이다. 반도체·미래차·배터리·바이오 등 국가 전략산업에서 압도적인 기술력 확보는 기업의 생존과 활로 개척을 위한 유일한 길이다. 그러나 기술 초격차를 위한 필요충분조건인 규제 혁파, 노동 개혁, 인재 육성 등에서 경쟁국보다 열악하기 그지없다. 미래 먹거리 산업인 원격 의료와 자율주행 관련 기업들은 규제에 막혀 신음하면서 해외에서 사업 기회를 찾고 있다. 반도체 분야에서 석·박사 인력은 30% 이상 부족하다. 친환경차 분야의 연구 인력은 4만2,000명에 불과해 미국(25만 명)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이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이 만드는 ‘국가핵심전략산업특별법’에 수도권 대학 정원 제한 완화 등 알맹이는 모두 빠졌다.



정부와 정치권은 전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초당파적인 총력 지원 체제를 서둘러 만들어야 한다. 이름만 그럴듯한 보여주기식 회의와 생색내기 대책은 세계 무대에서 사투를 벌이는 기업들을 더 지치게 할 뿐이다. 경제·안보 복합 전쟁의 최대 무기는 기술 초격차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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