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한가람고·숭문고·동성고 등 자율형사립고(자사고) 3개교가 자사고 타이틀을 떼는 등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숭문고는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자사고 승인 취소 무효 소송에서 승소한 8개교 중 한 곳이기도 해 교육계에 던지는 후폭풍은 더욱 거세다. 2025년 고교 블라인드 정책을 근간으로 하는 새로운 대입 정책을 앞두고 이들 자사고가 신입생 충원이 어려워지면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일반고 전환을 선택하고 있다.
28일 교육계에 따르면 올해 일반고로 전환한 3개교 외에 교육청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지정 취소 처분을 받은 이대부고·중앙고·해운대고 등 다른 학교도 일반고 전환으로 이어질지 교육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사고 승인 취소 무효 소송 승리에도 일부 학교들이 자사고 대신 일반고 전환을 선택하는 것은 대입에서 고교 정보 블라인드 정책이 시행되면 자사고로서의 장점이 사라진다는 판단에서다. 고교 정보가 블라인드 처리되면 학내 경쟁률이 치열한 자사고 학생들은 내신 및 각종 경시대회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의 매력이 떨어지면 이는 신입생 충원 미달로 이어진다. 자사고들은 신입생 유치가 힘들어지면 결국 재정난이 부메랑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자사고를 유지하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입장이다. 자사고는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지 않는 대신 학생 등록금 총액의 5%를 법인전입금으로 출자해 학교 운영 비용으로 사용한다. 신입생 감소는 바로 학교 재정 타격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같은 위기감은 일반고로 전환한 학교에서도 감지된다. 전흥배 숭문고 교장은 입장문에서 “자사고들이 학생 충원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 학교는 존립마저 위협 받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실제 전국 외고·자사고 68개 학교(자사고는 일반고 전환 예정 3곳 포함)의 정원 대비 지원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21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미달을 기록한 학교는 총 35곳(정원 내 일반·사회통합전형 등 합계 기준)으로 전체의 51.5%에 달했다. 자사고 두 곳 중 한 곳에서 미달을 기록한 셈이다. 서울 광역 단위 자사고 역시 동성고(경쟁률 0.55 대 1)·숭문고(0.59 대 1)·이대부고(남자·0.51 대 1)·장훈고(0.56 대 1) 등도 정원의 절반에 턱걸이했다.
일각에서는 입시 정책이 정권의 영향을 받는 만큼 자사고도 정권이 바뀌면 유지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양정호 성균관대 교수 연구팀이 서울 지역 학부모 1,003명을 조사해 발표한 ‘자사고 정책 인식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 정부의 2025년 자사고 일괄 폐지 정책이 계획대로 이뤄질 거라 생각하는 학부모는 20%대에 그쳤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시내 한 자사고 관계자는 “일반고 전환과 관련해 헌법 소원을 청구했다는 점에서 헌재 판결이 변수가 될 것”이라며 “자사고 유지가 2025년까지인데 그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벌면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시행령이 폐지돼 자사고 폐지가 철회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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