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8일 오전 6시 40분께 자강도에서 동쪽으로 단거리 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한 발을 쏘아 올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 등을 언급한 담화를 내놓은 지 사흘 만에 무력 도발을 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올해 들어 여섯 번째, 이달 들어서만 네 번째다.
도발에 나선 북한은 외려 우리 정부와 미국을 향해 대북 적대시 정책과 이중 기준을 철회하라며 적반하장이다. 김성 유엔 주재 북한 대사는 “악순환을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은 미국의 대조선 적대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이 25일 담화에서 “종전 선언은 물론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재설치, 남북정상회담 같은 문제도 건설적 논의를 거쳐 해결할 수 있다”며 선결 조건을 내세운 것과 맥을 같이한다. 북한의 화전 양면 전술은 대북 조급증에 빠진 문재인 정부를 시험하는 동시에 대화 재개에 따른 요구 조건을 높이려는 노림수이다.
북한의 이중 플레이와 몽니는 우리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남북 이벤트 성사에 집착하는 문재인 정권을 유인해 대북 제재 완화뿐 아니라 한미연합훈련 중단 등의 추가 보따리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북한은 단계적 북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맞교환하는 타협을 시도해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하려는 전략을 갖고 있다. 이런데도 문 대통령은 “북한의 담화와 미사일 발사 상황을 종합 분석해 대응 방안을 마련하라”고 안이하게 지시했다. 김 부부장이 제안한 종전 선언 및 정상회담 논의에 매달리느라 북한의 도발에 경고 한마디 하지 못한 것이다. 정부가 대선 직전 남북 이벤트에 목이 말라 북핵 폐기 전제 없이 종전 선언을 추진한다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만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 핵을 머리에 이고 침묵하는 평화는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안보를 위협하고 차기 정부에 온갖 부담을 떠넘기는 남북 대화 쇼에 대한 미련은 버려야 할 것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