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UN) 산하 세계보건기구(WHO) 직원들이 수년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현지 여성들을 성폭행하고 낙태를 종용하는 등 성적으로 학대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가해자들이 반드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며 사과했다.
28일(현지 시각) AFP통신 등에 따르면 WHO는 이날 직원들의 성 착취 문제를 조사한 독립된 조사기구의 결과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9월부터 2020년 6월까지 WHO 직원 83명이 콩고에서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질렀다.
이들은 콩고 에볼라 퇴치 활동 과정에서 "일자리를 주겠다"며 콩고 여성들에 접근해 그 대가로 성행위를 강요하고, 거부할 경우 여성들의 생계를 위협한 것으로 조사됐다. 위원회는 총 21명의 WHO 직원이 강간 등 심각한 학대 행위의 가해자라고 결론지었다. 이들은 에볼라 대응을 위해 파견되거나 현지에서 고용된 의사·운전기사 등이다
13~43세 여성의 학대 사례 80여 건을 조사해 성폭행 과정에서 피임 기구를 사용하지 않아 원치 않은 임신을 한 피해 여성들은 29명인 것으로 밝혀졌다. 피해 여성들은 가해자들로부터 낙태를 강요받았다고 증언했다.
피해자 중에는 13세 소녀도 있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마을 길가에서 전화카드를 팔던 소녀는 집까지 태워다 준다는 WHO 운전기사의 차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소녀를 호텔로 데려갔다.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은 28일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에게 가장 먼저 하고 싶은 말은 죄송하다는 것"이라고 사과했다. 이어 가해자 4명과의 계약을 이미 해지했다고 밝히며 "성 학대 가해자들이 WHO에 의해 고용되는 것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WHO 직원들의 만행은 지난해 9월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WHO는 관련 조사를 위해 지난해 10월 진상조사 위원회를 구성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