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이 생각보다 심각한 공급망 병목 현상으로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최근 들어 인플레이션이 더 높고 길게 갈 것이라며 경계 수위를 크게 높이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미 경제 방송 CNBC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급등은 대유행에서 회복되는 경제 재개와 관련돼 있으며 이는 향후 더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현재의 인플레이션 급등이 매년 높은 인플레이션을 유지하는 새로운 상황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한동안 예측해왔다”며 “지금의 인플레이션 급등은 매우 강한 수요와 마주한 공급 제약의 결과이며 그것은 시작과 중간·끝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영향이 얼마나 클지,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지 말하기는 매우 어렵지만 우리는 회복되고 극복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덧붙였다. 콘퍼런스에 참가한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도 “인플레이션을 매우 주의 깊게 보고 있지만 이런 물가 상승이 대부분 일시적이지 않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없다”고 거들었다.
이날 파월 의장의 발언에 대해 블룸버그통신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공급 혼란이 결과적으로 일시적일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낙관론처럼 들렸다”고 평가했다. CNBC도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이 결국 완화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내년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파월 의장은 공급 문제로 인플레이션이 최소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병목 현상과 공급망이 개선되지 않고 있어 실망스럽다”며 “이들 문제가 내년까지 계속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오래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 접종을 늘리고 델타 변이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것이 여전히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이라는 점이 좌절스럽다”고 덧붙였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공급 문제가 다시 커지고 이는 거시 경제 정책이 아닌 보건 정책으로 해결 가능하다는 답답함을 드러낸 것이다.
실제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한때 연 1.54%대까지 상승했다. 국채 수익률이 오르자 달러화 가치가 치솟으면서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가 94.36까지 급등했다. 이는 지난해 9월 이후 약 1년 만의 최고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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