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 대장동 개발로 알려진 것만 수천억 원의 이익을 벌어들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직간접적으로 돈을 받았다고 연루된 ‘리스트’가 등장하며 정치권이 긴장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는 15명 혹은 50명이 넘는 리스트가 있다는 설이 퍼지고 있다. 넘치는 이익을 주체하지 못해 대리급 직원에게도 50억 원의 퇴직금을 줄 정도인 화천대유에서 자문과 급여 등 다양한 형태로 혜택을 받은 유력 인사들이 계속해 등장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이재명 게이트’로 몰아가던 야당은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거액의 퇴직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며 수세에 몰렸고 유력 대선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변 인물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수사 과정에서 여야 할 것 없이 추가로 거액의 특혜를 받은 인사가 나오면 치명상을 입을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30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대장동 특혜 리스트’와 관련해 “솔직히 말하면 박영수 특검과 권순일 대법관, 또 다른 이재명 지사와 친분이 있다고 하는 이름도 있다. 거기에 곽상도 의원의 이름도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 대표는 화천대유가 수십억 원의 특혜를 약속한 인사들이 있다는 리스트를 봤다는 말을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는 이날 대놓고 리스트의 존재가 사실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특히 이 리스트에 있던 곽 의원의 아들이 실제로 화천대유에서 50억 원을 퇴직금 명목으로 받은 것이 확인되며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게 됐다.
이런 가운데 여러 버전의 리스트가 돌자 정치권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경제가 입수한 몇몇 리스트를 보면 많게는 수십 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얽혀 있다.
이 가운데는 곽 의원은 물론 딸이 화천대유가 가진 대장동 아파트를 분양받고 수십억 원의 퇴직급까지 예고된 박 특검도 포함돼 있다. 또 전 현직 여야 의원들도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에 더해 화천대유의 ‘키(Key) 맨’ 중의 한 명인 정영학 변호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정영학 리스트’가 있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며 파장은 더 확산되고 있다. 이미 수사팀은 정 회계사와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 대장동 사업 설계자로 지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의 통화 내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이른바 돈 관계 정리를 담당했던 정 회계사가 진술한 특혜 리스트까지 등장한 것이다.
주목할 대목은 화천대유가 올해 이른바 ‘돈 잔치’를 시작하며 특혜 의혹이 있는 자금들이 실제로 흘러들어 갔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 처분하지 못한 잉여금만 1,540억 원에 달하는 화천대유는 대리직급으로 일하던 곽 의원의 아들에게 50억 원의 퇴직금을 줬다. 곽 의원은 이 일로 국민의힘을 탈당했지만 당이 사퇴를 요구하는 등 후폭풍은 계속되고 있다. 수사 단계에서 만약 여야를 막론하고 전·현직 의원의 가족과 친인척, 보좌진들이 거액의 돈을 받은 사실이 나오면 국민적인 공분을 피할 길이 없다. 대장동의 영향이 대선 판도를 뒤집을 수도 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정치권이 특혜 리스트의 진위를 두고 바싹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여야가 대장동 특혜 개발이 서로의 ‘게이트’라고 여론전에 더욱 열을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누가 연루됐든 최종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포석을 깔고 있다는 얘기다.
여야 모두 궁지에 몰렸지만 공세는 야당이 펴고 있다. 야당은 곽 의원의 탈당을 발판 삼아 10월 국정감사에서 대장동 사건을 대대적으로 캐내겠다는 입장이다. 여당에 요구한 증인과 참고인만 46명에 달한다. 최종 타깃은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다.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특혜를 받은 인사가 누구인지에 관계없이 이 같은 구조를 짠 사업을 승인한 이재명 지사가 책임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면 여당 역시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 곽 의원과 50억 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 모 씨 등, 원유철, 신영수 전 의원 등을 증인으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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