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과 한글날에 대체공휴일이 적용되면서 내일부터 2주 연속 토~월요일 사흘 간의 연휴가 시작됩니다. 화~금요일 나흘만 근무하게 되면서 일부 누리꾼들은 우스갯소리로 이를 '주 4일제 베타 테스트'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주 4일제가 아직은 농담으로만 여겨지는 한국과 달리 이미 해외에서는 주 4일 근무제도에 대한 진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몇 해 전 아이슬란드에 이어 올해에도 스페인 등 일부 국가에서 주 4일제·32시간제 시범 운영에 나서고 있죠. 전문가들은 지난 1920~1940년대 도입된 주 5일·40시간제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80여년간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대표적인 근무형태로 작동했던 주 5일제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번 <글로벌체크>에서는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주 4일제 움직임을 소개합니다.
근로자 85% 주 4일만 근무하는 아이슬란드
주 4일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국가가 바로 아이슬란드입니다. 아이슬란드는 지난 2015~2019년 병원과 사무실, 유치원 등에 근무하는 이들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했는데요, 당시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들은 2,500여명으로 아이슬란드 노동인구의 약 1%에 달했습니다. 이들은 기존과 같은 임금을 받으며 이전보다 4~5시간 짧은 35~36시간만 근무했습니다. 이 실험은 "압도적으로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죠.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실험에 참가한 근로자들은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번아웃 위험이 줄었으며 건강은 물론 일명 워라밸도 개선됐다고 말했습니다.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며, 취미나 집안일 쏟는 시간도 더욱 늘었다고 덧붙였죠.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의 리서치 디렉터인 윌 스트롱은 "이 연구는 공공 분야에서 근무일을 단축하려는 세계 최대의 실험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며 "공공부문이 근무일 단축의 선구자가 될 수 있으며, 다른 정부들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CNBC방송은 이 실험 이후 현재 아이슬란드 근로자의 약 85%가 주 4일만 근무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은 없습니다.
스페인부터 스코틀랜드·뉴질랜드·일본까지
영국 싱크탱크 오토노미의 리서치 디렉터인 윌 스트롱은 "이 연구는 공공 분야에서 근무일을 단축하려는 세계 최대의 실험이 모든 면에서 압도적으로 성공적이었음을 보여준다"며 "공공부문이 근무일 단축의 선구자가 될 수 있으며, 다른 정부들도 교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 CNBC방송은 이 실험 이후 현재 아이슬란드 근로자의 약 85%가 주 4일만 근무하고 있거나 그럴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물론 근무시간 단축으로 인한 임금 삭감은 없습니다.
스페인부터 스코틀랜드·뉴질랜드·일본까지
아이슬란드의 실험 이후 여타 국가들도 주 4일제 대열에 합류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스페인입니다. 워싱턴포스트(WP)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는 그동안 긴 근무 시간이 반드시 높은 생산성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주장해온 스페인의 좌파 정당인 마스 파이스(Mas Pais)가 이를 주도하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 앞으로 3년간 200~4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32시간제를 시범 운영하겠다고 밝힌 상태입니다. 이 당의 대표인 이니고 에레혼은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마지막으로 근무일을 단축한 지 100년이 흘렀다"며 그간 시간 당 생산성은 늘었지만 여유시간은 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주 4일제 시범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스코틀랜드의 집권당인 국민당(SNP)가 주도하고 있는데요, 주 4일제에 참여하는 기업에 1,000만파운드를 지원하고 이를 통해 해당 기업 근로자의 근무시간이 줄어도 급여가 줄지 않게 할 계획입니다. 스코틀랜드의 싱크탱크인 공공정책연구소(IPPR)가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가 지금보다 근무일수를 줄이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습니다. IPPR의 레이첼 스테이섬 선임연구원은 도이체벨레(DW)에 "스코틀랜드가 '하이 웰빙 경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압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밖에도 덴마크의 오스헤레드시는 지난 2019년부터 내년 9월까지 약 300명의 시 공무원들의 근무시간을 주 4일제로 변경하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뉴질랜드는 이미 6주간 주 4일제를 시범적으로 시행했는데요, 이 결과 생산성이 20% 증가했다며 저신다 아던 총리가 직접 나서 기업들에게 주 4일제를 검토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하기도 했습니다.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34.2시간으로 유럽 내에서 가장 짧은 편에 속하는 독일에서는 최대 노동조합인 IG메탈이 일자리 유지와 해고 감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주 4일제를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 4일제 바람은 아시아에도 불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한국처럼 '과로사'라는 뜻의 고유명사 '가로시'라는 단어까지 있을 정도로 긴 근무시간으로 악명 높은 일본에서 주 4일제가 논의되고 있다니, 꽤나 놀라운데요. 지난 6월 일본 정부가 발표한 연간 경제 정책 가이드라인에는 기업들에게 주 4일제를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가이드라인에서 주 4일제를 통해 가족 부양 등의 이유로 퇴사하는 능력 있는 직원들을 기업들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사실 일본 정부가 주 4일제를 제안한 것은 여가시간 증가로 소비를 늘려 경제 활성화를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DW는 분석했습니다.
개별 기업 단위에서도 주 4일제 움직임은 나타나고 있는데요, 뉴질랜드의 유니레버는 급여 삭감 없이 근무시간을 줄이는 실험을 시행하고 있으며 소셜벤처 킥스타터는 내년부터 모든 직원이 주 4일만 근무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쉑쉑버거도 지난 2019년부터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매출 늘고 비용은 감소…탄소 배출 감소 효과까지
주 4일제의 효과는 어떨까요. 지난 2019년 일본에서 주 4일제를 실험한 마이크로소프트는 당시 매출이 40%가량 증가한 반면 간접 지출비용은 되레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뉴질랜드의 한 자산 관리 회사도 지난 2018년 급여 삭감 없이 주 32시간제를 시행한 결과 업무에 있어 능률이 24%나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주 4일제는 환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오토노미는 영국이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것은 매년 130만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없애는 것과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주 4일제로 인해 여성이 육아와 가사 등에 투입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유럽의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대 시행됐을 당시 여성이 한 주 동안 육아에 투입한 시간은 평균 62시간, 가사에 투입한 시간은 23시간이었던 반면 남성은 각각 36시간과 15시간에 그쳤는데요, 이 같은 상황이 주 4일제 적용시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덴마크 로스킬데 대학의 잔 글레루프 교수는 "여성들은 원래 해야 하는 일 외에 집안일도 떠맡기 때문에 주 4일제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950년대 언급됐던 주 4일제…변화 나타날까
주 4일제는 환경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합니다. 영국의 싱크탱크 오토노미는 영국이 주 4일제를 시행하는 것은 매년 130만대의 자동차를 도로에서 없애는 것과 같은 수준의 탄소 배출 감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각에서는 주 4일제로 인해 여성이 육아와 가사 등에 투입하는 시간이 더욱 길어질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유럽의 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확대 시행됐을 당시 여성이 한 주 동안 육아에 투입한 시간은 평균 62시간, 가사에 투입한 시간은 23시간이었던 반면 남성은 각각 36시간과 15시간에 그쳤는데요, 이 같은 상황이 주 4일제 적용시에도 나타날 수 있다는 겁니다. 덴마크 로스킬데 대학의 잔 글레루프 교수는 "여성들은 원래 해야 하는 일 외에 집안일도 떠맡기 때문에 주 4일제가 전통적인 성 역할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1950년대 언급됐던 주 4일제…변화 나타날까
사실 주 4일제에 대한 도입 논의가 나온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지난 1950년대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부통령은 곧 주 4일제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죠. 당시 생산성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기대가 커졌기 때문입니다. 이보다 앞선 지난 1930년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생산성 향상 덕분에 100년 안에 사람들이 한 주에 15시간만 근무할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인구가 약 35만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나 일부 지역과 기업의 시범 사례를 전 세계에 바로 적용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주 52시간제 도입으로도 부작용을 겪는 한국이나 주 6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일하는 일명 '996 문화'를 가진 중국에서 주 4일제는 언감생심으로 느껴지기도 하죠. 해외에서 시행한다고 해서 우리도 이를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여러 국가가 앞다퉈 시범 운영과 실험에 들어간 만큼 우리도 진지한 논의는 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지난 1926년 미국의 포드 자동차가 주 5일제를 채택하자 당시 한 이사회의 의장은 "주 40시간 근무를 요구하는 사람은 이 위대한 나라에서 시민권을 주장하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공격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아는 것처럼 주 5일제는 미국은 물론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표준적인 근무 형태가 됐죠. 약 100년 만에 나타난 주 4일제 논의의 바람이 과연 한국에도 불어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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