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대장동 내부자들 서로 "네 탓"…'죄수 딜레마' 빠지나[서초동 야단법석]

유동규 "김만배, 천화동인 수익금 처분"

"김만배-정영학, 경비 부담 갈등 겪어"

"폭행도 있었다"…내부 진술 변수되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연합뉴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설계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이틀째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측으로부터 70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한편, 대장동개발팀 내부에서 자금 문제로 갈등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내부자들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죄수의 딜레마’ 양상이 벌어지고 있어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는 2일 오전 유 전 본부장을 서울구치소에서 불러 이틀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의혹의 ‘키맨’으로 꼽힌 유 전 본부장은 검찰의 출석 요구를 불응해오다 전날 오전 병원에서 붙잡혀 48시간 동안 체포된 상태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된다.

유동규 “700억 약정 사실 아냐”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방식을 설계해 화천대유 측에 특혜를 몰아준 의혹을 받고 있다.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 5호 소유주)는 화천대유가 유 전 본부장에게 개발이익을 나눠주는 방안을 논의하는 내용이 담긴 녹취 파일 등을 검찰에 제출한 상태다. 이 녹취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기 전 화천대유 측에 배당 수익을 나눠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천화동인 1호 소유주)가 700억원을 유 전 본부장에게 주기로 했다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이 차명으로 소유 중인 ‘유원홀딩스’는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받아온 자금을 세탁하기 위해 설립된 회사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700억 약정설’에 대해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정민용 변호사와 천연 비료 사업을 동업하면서 그에게 동업회사 주식을 담보로 사업 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리며 차용증을 쓰고, 노후 대비용으로 위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이라며 “700억 약정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실제 빌린 돈의 액수에 대해서는 “11억8,000만원”이라며 화천대유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놓고는 “김만배씨가 수익금을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검./연합뉴스


투자자간 균열 증폭…사건 규명 ‘트리거’ 될까


투자자들 사이에서 갈등양상이 벌어졌다는 정황도 속속 나와 사건의 실체를 드러낼 ‘트리거(방어쇠)’가 될 전망이다. 특히, 유 전 본부장이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린 사실이 있는 등 수익배분을 둘러싼 내부 균열이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도 정 회계사가 돌아선 이유에 대해 “공동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김만배씨와 정영학씨 사이에서 서로 상대방이 부담하라고 싸우게 됐다”며 “유 전 본부장이 중재하다가 녹취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술기운에 (정 회계사의) 뺨을 때린 것은 맞다”면서도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부연했다. 김만배씨도 최근 지인들에게 “정영학이 배신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또 화천대유 측은 정관계 350억원 로비 정황도 녹취 됐다다는 의혹에 대해 “개발 이익이 예상보다 증가하게 되자 투자자들간에 이익의 배분비율에 있어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예상비용을 부풀려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에 불과하다”며 수익 배분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는 점을 알렸다.

대장동개발팀 내부의 갈등이 표면화되면서 ‘책임 떠밀기’로 이어질 시 검·경 수사과정에서 ‘스모킹 건’이 곳곳에서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수사에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이번 사업의 실세 중에 실세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공석이었던 성남도시개발공사의 사장 직무대리를 맡으며, 성남의 재개발사업을 본인 뜻대로 좌지우지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서 사업계획서 접수 하루 만에 하나은행 컨소시엄인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과정도 유 전 본부장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개발 배당금이 대부분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1~7호로 몰리게 된 구조를 짠 것도 유 전 본부장의 작품이라는 설도 있다. 그는 “민간기업이 개발이익을 독식하는 구조는 부당하다”는 내부 반발에도 사업을 밀어붙인 의혹도 받는다.

이날 검찰은 정 회계사를 두 번째로, 유 전 본부장의 동업자인 정민용 변호사도 불러 조사했다. 유 전 본부장과 갈등을 겪은 정 회계사와 오랜 세월 일한 정 변호사가 입을 열 경우 유 전 본부장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검찰은 기대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 대해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