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님들, '스티로폼 산' 사진 보셨나요? 냉장?냉동식품 배송에 쓰인 스티로폼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인 모습인데요. 명절 직후 수거되는 스티로폼은 평소보다 1.5~2배 많대요. 그나마 이물질이 묻지 않은 스티로폼은 건축 자재로 재탄생하거나 해외로 수출할 수 있다고.
깨끗하게 분리수거만 잘 해도 쓰레기 '새활용'(업사이클링)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건데요. 사실 가정에서 제대로 분리배출을 한 플라스틱이더라도 소재에 따라서 재활용이 안되죠. 게다가 깨끗하게 배출됐더라도 수거 과정에서 다른 쓰레기와 섞이면서 오염되는 쓰레기들이 많아 재활용되는 양은 적다고 해요.
재활용 원료로 쓸 수 있는 쓰레기를 선별하고 이물질이 섞이지 않게 따로 모으는 로봇이 있다면 어떨까요? '순환자원 회수로봇'을 만드는 수퍼빈을 지구용이 만나고 왔어요.
쓰레기를 가져만 오시면 AI가 감별해드립니다
용사님들께 재활용 쓰레기 수거 로봇을 소개합니다. 이 네모난 기계가 바로 수퍼빈의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이예요. 겉보기에는 음료 자판기처럼 생겼지만 이 안엔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를 보유한 AI 로봇이 들어 있단 사실!
네프론의 두뇌 역할을 하는 AI의 이름은 바로 '뉴로지니'. 뉴로지니는 캔과 페트병 데이터 2,000만 장을 가지고 있는데요. 알파고가 바둑 기사들의 기보를 바탕으로 바둑 수를 익힌 것처럼 뉴로지니도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양한 캔과 페트병의 모양부터 내부 이물질 여부까지 판단해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을 골라내요.
네프론의 회수 과정은 간단해요. 소비자가 페트병이나 캔을 회수 투입구에 넣으면 뉴로지니가 데이터를 돌려서 쓰레기의 종류를 분석하고 회수 여부를 결정해요. 소재화가 가능한 자원은 회수, 이물질이 묻었거나 재활용이 어렵다면 가차없이 입구로 다시 뱉어내버려요.
회수가 가능하다면 네프론 안에 설치된 압착 기계가 쓰레기를 사정없이 찌그러뜨려요. 수거함 용량을 확보하고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서죠. 회수된 페트병·캔 1개당 10포인트가 적립되는데요. 2000포인트를 모으면 현금으로 찾을 수 있대요. 쓰레기가 돈이 되는 순간!(찡끗)
우리동네에도 로봇이 필요해요
수퍼빈이 이렇게까지 재활용 자원을 모으는 이유가 궁금해졌어요. 사실 버려지는 쓰레기의 양이 너무나 많은데다 환경오염 문제도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잖아요. 수퍼빈은 이런 문제에 집중해서 재활용 자원을 중심으로 한 순환경제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래요. 어차피 버려질 거라면 다시 쓸 수 있는 것들은 모아 돈이 되는 재료로 만들어보자는 거죠.
수퍼빈은 현재 페트병과 캔만 회수하고 있어요. 네프론으로 모은 폐품은 수퍼빈이 직접 수거·세척 후 재활용 원료로 가공해 판매해요. 다양한 재활용 자원 데이터가 AI에 모이면 우유갑, 종이 등 더 많은 재활용 자원을 회수할 것으로 수퍼빈은 기대하고 있어요.
재활용에 신경쓰는 분들이 늘면서 수퍼빈이 회수하는 양도 매년 늘고 있대요. 수퍼빈의 고객 보상금(포인트 적립)은 2018년 약 1,300만원에서 올 상반기 2억5,000만원까지 올랐다고. 3년 만에 20배쯤 증가한 셈이죠.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의 러브콜도 쏟아지는 상황! 전국적으로 네프론 설치가 늘어나면서 2018년 10대였던 설치 대수가 2019년 50대, 2020년 100대에서 올 6월 기준 186대까지 증가했어요. 이달에는 아산시와 배달의민족과 함께 배민 전용 네프론을 아산시에 설치하기도 했는데요. 이곳에 설치된 네프론은 페트병과 캔 외에 배달용기 뚜껑까지 회수할 수 있다고 해요. 최초 설치 지역은 충남 아산시의 배방읍 하나로마트, 탕정면 행정복지센터로 2곳. 올해 말까지 3개월가량 현장 테스트를 진행한 뒤 네프론의 품질을 보완해 올해 말까지 총 20대를 설치한다고.
버려지는 쓰레기, 놓치지 않을거예요
네프론으로 모은 재활용 자원은 수퍼빈의 자체 물류 시스템을 통해 공장으로 옮겨진 후 재활용 원료로 재탄생하게 되는데요. 올 하반기 수퍼빈의 재활용 원료 공장인 '수퍼아머'가 준공되면 내년 초부터 수퍼빈이 직접 자원 회수부터 원료 가공까지 다 할 수 있게 된대요. 특히 이 공장에서는 연간 1만톤에 달하는 페트병을 재활용 원료로 가공할 수 있다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려면 세척 후 잘게 부숴 작은 조각으로 만들어야 하는데요. 여기에도 AI가 적용돼요. AI가 품질이 좋은 폐품을 다시 한번 선별하고 자원을 일정한 크기로 잘라 필렛(조각)으로 만들죠. 필렛을 깨끗이 세척해 이물질을 제거하고 말리면 폐플라스틱으로 판매할 수 있게 돼요. 업사이클링 의류나 가방 등을 만드는 회사들이 고객층.
수퍼빈은 버려지는 폐품을 최소화하는 것, 폐기물을 소비할 수 있는 소재로 만드는 걸 목표로 삼고 있어요. 지난해 10월에는 부산에코델타 스마트시티 스마트빌리지에 ‘스마트쓰레기통’ 구축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는데요. 수퍼빈은 음식물 쓰레기부터 플라스틱, 캔, 병 등 재활용 쓰레기까지 마을에서 나오는 폐기물을 모두 인공지능으로 관리할 계획이라고. 스마트 빌리지처럼 언젠가 모든 쓰레기가 AI로 관리되고 거의 다 재활용될 날이 올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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