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을 입건하고 ‘고발 사주 제보 모의’ 의혹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공수처 ‘2인자’인 여운국 차장을 수사 최전선에 배치하고 전담 수사팀으로 전환해 고발 사주, 사주 제보 모의 의혹을 동시에 겨누는 모습이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 수사2부(김성문 부장검사)는 5일 국가정보원법·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박 원장을 입건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측이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박 원장과 고발 사주 제보자 조성은 씨, 성명불상 인물 등을 공수처에 고발한 데 따른 것이다. 세 사람이 한곳에 모여 논의하는 등 고발 사주 의혹을 언론사에 제보하는 과정에 박 원장이 연루됐다는 게 윤 전 총장 측 주장이다. 다만 공수처는 조 씨와 성명불상 인물은 입건하지 않았다.
특히 공수처는 박 원장을 수사 대상에 올리면서 수사팀 구성에도 변화를 줬다. 공수처 수사3부(최석규 부장검사)가 맡았던 고발 사주 의혹 사건의 주임검사를 여 차장으로 바꿨다. 주무검사에는 예상균 검사를 배치했다. 사주 제보 모의 의혹을 공수처 2부(김성문 부장검사)에 배당하기는 했지만 수사 지휘는 여 차장에게 맡겼다. 여 차장이 고발 사주 및 사주 제보 모의 의혹 등 양 갈래 수사를 진두지휘하는 사실상 전담 수사팀 체제로 바꾼 것이다.
공수처는 수사팀 변화와 동시에 이날 국회 의원회관 7층의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가속도를 붙였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지난해 8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이자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에 대한 고발을 담당한 조상규 변호사 사무실도 포함됐다. 압수수색은 조 씨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으로부터 전달 받은 고발장과 조 변호사가 작성한 고발장이 유사하다는 의혹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총선 당시 미래통합당 법률지원단장이었던 정 의원은 초안을 당무감사실에 전달했고 다시 조 변호사에게 건네졌다.
만일 압수수색에서 조 씨가 공수처에 제출한 고발장과 동일한 문서가 정 의원 측에서 발견되면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에서 김 의원으로, 또 조 씨에서 미래통합당으로 전달되는 고발장의 유통 경로가 확인될 수 있다. 다만 공수처는 정 의원실에 대해 약 1시간 30분 동안 압수수색을 실시했으나 결국 빈손으로 돌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은 압수수색 완료 후 “영장에는 당시 오갔던 관련 문건이 대상이라고 적시돼 있었지만 사무실 서류와 컴퓨터·휴대전화에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돌아갔다”며 “사건은 저와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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