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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실기가 가계부채 화 키워…거시건전성 컨트롤타워 새로 세워야” [청론직설]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부처간 협력 부재로 부채 문제 조기 해결 기회 놓쳐

중앙은행 역할 강화하는 등 감독기구 조직 재편해야

기업부채 해법, 워크아웃·파산 신속 작동 시스템 필요

경기·물가 좀 더 지켜본 뒤 기준금리 추가 인상 결정

잠재성장률 위기…인센티브로 기술혁신 여건 마련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가 6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책 실기가 가계 부채 문제의 화를 키웠다”며 “감독 기구 개편 등 거시 건전성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새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미국의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등 각국의 긴축정책이 본격화하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이에 부작용을 줄이면서 ‘긴축의 강’을 무사히 건너는 방안이 정책의 핵심 의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는 3대 주체(가계·기업·정부)의 부채가 계속 불어나면서 경제 위기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통화 정책의 전문가인 신관호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6일 서울경제와 만나 “정책 실기(失期)가 가계 부채 문제의 화를 키웠다”며 “감독 기구 개편 등 거시 건전성 정책의 컨트롤타워를 새로 구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신 교수는 “부동산 문제에서도 임기응변식 땜질 정책이 상황을 악화시켰다”며 “정부에 대한 신뢰 붕괴가 정책의 최대 걸림돌이 됐다”고 진단했다. 한국은행의 연내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는 “첫 발자국은 뗐으니 경기 상황과 물가 상승 흐름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신중론을 피력했다.



-코로나19 확산의 와중에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위기가 증폭되고 있다. 글로벌 경제와 긴축 흐름을 어떻게 보는지.

△미국은 물가 상승률이 5% 정도로 높고 실물 경기도 좋은 편이다. 진작 통화 정상화를 이뤘어야 했는데 델타 변이 바이러스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 데다 고용이 생각보다 좋지 않아 발목을 잡고 있다. 그래도 연내에는 테이퍼링을 할 것으로 본다. 공급망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아직 실물 경기에 큰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도리어 물가를 자극해 테이퍼링의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테이퍼링을 해도 과거의 긴축 발작 같은 상황이 당장 발생하지는 않겠지만 늘어난 글로벌 부채가 문제다. 테이퍼링은 연내 시작하면 내년에 끝날 것이고 내년 하반기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가능할 것이다. 금리를 올리면 충격이 더 커질 텐데 전 세계에 흩어진 자금이 얼마나 부작용 없이 회수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10월이나 11월에 또 한번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은의 금리 인상은 물가 상승이나 경기 과열보다 가계 부채 증가와 부동산 급등 등 금융 불균형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동산 같은 국지적 문제에 금리처럼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수단으로 대응하는 것이 맞는가 싶다. 거시 건전성 정책으로 타깃에 집중하는 정책을 일찍이 강화했어야 했다. 금융 불균형 문제에는 거시 건전성 정책으로 접근하고 금리 추가 인상은 경기 상황과 물가 상승 추이를 좀 더 지켜본 뒤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부채를 긴축의 최대 관건으로 꼽았다. 우리는 가계·기업·정부 부채를 합친 총부채가 5,000조 원을 넘는데.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한국과 신흥국 시장은 선진국과 달리 민간 부채가 꾸준히 늘었다. 코로나19를 겪으며 정부 부채까지 증가했다. 그래서 신흥국 상황이 훨씬 좋지 않다. 부채가 많은 상태에서는 충격에 유연하게 대응할 여지가 줄고 파산까지 갈 수도 있다.

-우리는 특히 가계 부채가 뇌관으로 떠올랐다.

△가계 부채 문제는 제때 대처하지 못해 규모가 너무 늘었다. 지난해 말 정부가 가계 부채 선진화 방안을 올 1분기까지 만든다고 했다. 당시에도 늦었지만 그때라도 했으면 좋았는데 계속 머뭇거렸다. 정책 실기가 화를 더 키웠다. 경제 전반을 조망하며 거시 건전성을 총괄할 컨트롤타워가 없다. 금융위원회가 담당한다고 하지만 미시 건전성에 집중하고 있다. 상당수 국가들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거시 건전성 정책의 중요성을 깨닫고 중앙은행에 많은 역할을 부여했다. 우리는 한국은행법을 바꿔 ‘금융 안정에 유의한다’는 조항을 넣었지만 합당한 수단을 주지 않았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거시 건전성 정책을 독점하고 한은에는 수단을 주지 않으니 이들이 협조하며 풀어나가지 못했다. 부처 간 협력이 이뤄지지 못해 부채 문제를 일찍 해결할 기회를 놓쳤고 결국 통화정책에까지 부담을 주고 있다. 거시 건전성과 관련해 부처 간 역할 정리가 필요하고 감독 기구 재편이 필요하다.

-전방위로 대출을 옥죄고 있지만 부채 규모는 줄지 않는다.

△대출 규제를 꼼꼼하게 하지 못했다. 은행에 집중하고 비(非)은행을 늦추며 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담보대출 위주로 한 탓에 신용대출이 늘었고 2030세대에 대한 대출 규제를 느슨하게 한 측면도 있다. 규제가 불완전하니 부채가 늘어날 경로가 남았고 상황이 악화했다.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 금리 인상에 취약하다. 과거에는 고소득층의 부채 비중이 커 그리 위험하지 않았는데 상황이 나빠졌다. 금리가 오르며 가계 부채가 경기 전반을 위축시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커졌다. 가계 부채가 이미 늘어날 대로 늘어난 상태에서 명확한 기준 없이 양적 규제를 하니 불만이 커지고 있다.

-가계 부채 정책을 제때 펼쳤다면 부동산 정책도 효과를 봤을까.

△그렇다. 이번 정부는 세제만으로 부동산을 잡으려 했지만 외려 세제 때문에 옴짝달싹 못할 상황이 됐다. 부동산 가격은 대체로 민간 신용 증가와 관련이 높다. 가계 부채 정책을 조기에 시행하며 대출을 줄이는 노력을 했다면 더 효과적이었을 것이다. 가계 부채 문제가 정책 실기에서 비롯됐다면 부동산 문제는 정책 신뢰 상실에 기인한 것이다. 정확한 청사진을 갖고 접근했어야 했는데 부동산 정책을 땜질하듯 바꿔왔다. 정책의 일관성이 없으니 시장은 버티기로 일관했고 효과도 반감됐다. 지금은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신뢰를 얻을 수 없으므로 시장을 컨트롤할 수 없게 됐다.

-그래도 공급으로 시장을 풀 수 있지 않을까. 정부는 부동산 경착륙 가능성을 계속 얘기하는데.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양도세를 낮춰야 한다. 양도세가 높으니 집 가진 사람들의 퇴로가 차단됐다. 부채 문제를 관리해나간다면 시장이 경착륙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금리정책이 급격히 이뤄지면 경착륙할 수 있지만 정책 당국이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기업 부채도 걱정이다. 중소기업 등의 대출 상환을 내년 3월로 유예했지만 한계 기업은 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경제는 한계 기업을 껴안고 왔다.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이 큰 역할을 했는데 더 감내할 수 있는지 시험대에 선 것 같다. 금융회사 스스로 옥석 가리기를 할 여건을 마련하고 워크아웃과 파산 제도가 효율적이고 신속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과도한 정책금융을 계속하면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헝다그룹의 파산 위기 사태에서 보듯이 중국의 기업 부채 문제도 예사롭지 않다.

△심각하다. 우리 외환 위기 당시 재벌의 과잉 투자가 문제였듯이 중국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헝다의 덩치가 커 손보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환자를 수술하다 덮으면 안 되듯이 과잉 투자를 그대로 두면 더 심각해질 것이다. 정부가 그냥 넘어가면 ‘대마불사’ 시그널을 줄 수 있고 이는 문제를 악화시킨다. 내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임기 연장을 위한 전국인민대표대회가 열려 경기가 급속히 냉각되지 않는 선에서 손을 쓰겠지만 결국 파산할 것으로 본다. 중국의 다른 기업들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우리나라의 국가 부채도 1,000조 원을 넘어가는데 대선 주자들은 포퓰리즘 재정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정부가 지출을 늘려도 효과적으로 써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소상공인들은 파산 직전인데 국민 88%에게 재난지원금을 나눠주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부는 총수요를 진작한다고 하지만 델타 변이로 쓰고 싶어도 쓰지 못한다. 선진국은 지출할 때 전문가들과 데이터를 공유해 예상 효과를 확실히 검증하는데 우리는 무턱대고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장기적인 세 부담을 계산하지도 않는다.

-하락하는 우리 잠재성장률도 걱정이다. 한은은 2%까지 떨어졌다고 했는데.

△높은 성장률을 계속 유지할 나라는 없다. 2~3% 성장률로 수렴한다. 과거 고도성장이 가능했던 것은 요소 투입이 빨랐기 때문이다. 지금은 고령화로 노동 분야가 늘기 힘들고 인프라도 웬만큼 구축돼 성장을 견인할 요소가 별로 없다. 결국 총요소 생산성을 올릴 방법은 기술 혁신이다. 기술만 혁신돼도 2~3% 잠재성장률이 가능하다. 기술 혁신은 민간이 하는 것이다. 이번 정부는 분배에 관심이 많았다. 소득 불평등이 성장을 저해하는 것은 맞다. 문제는 시장에 무리하게 개입해 해법을 찾으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간의 기술 혁신은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만들어진다. 코로나19 백신이 빨리 나온 것도 돈 벌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혁신의 여건을 마련하고 이를 막는 규제를 해결하면 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 분야 등의 구조 개혁과 신산업 육성도 중요하지 않은가.

△노동시장이 워낙 경직적이다. 유연화하며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 과거에는 안전망이 없어 노동자를 보호해야 했지만 이제 경직된 부분을 완화해 기술 혁신이 신속히 이뤄지도록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신산업 육성도 정부가 직접 나설 게 아니라 인센티브를 통해 이뤄지도록 여건을 만들면 된다.

-금융 산업의 경쟁력도 중요한데 현 정부는 공적 기능을 너무 강조한다.

△금융회사에 공적 자금이 들어간 만큼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는데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금융 산업을 발전시킬 수 없다. 금융회사도 원칙적으로 주식회사다. 공적 개입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소비자 보호와 건전성 규제로 제한해야 한다. 정부에서 할 일을 금융회사의 돈을 풀어 하게 하는 등 사기업에 개입하는 행위는 근거도 없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He is…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중앙대부속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UCLA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캔자스대 조교수를 거쳐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국 UCLA, 일본 오사카대, 독일 뮌헨대 등의 방문교수를 지냈다.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과 금융발전심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2002년 한국경제학회에서 수여하는 청람학술상을 수상했고 2010년 서울경제가 주관한 ‘미래를 이끌 50인’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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