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어디를 가든 QR코드나 안심콜 혹은 방문기록 명부 등으로 출입 기록을 남기는 일이 익숙해졌다. 개개인의 동선이 전하는 내 일거수일투족이 만천하에 노출된다. 물리적 동선만 공개되는 게 아니다.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의 발달로 과거의 언행도 쉽게 추적·발굴할 수 있다. 개인을 향한 투명성이 극도로 높아지면서 과거 사소한 언행 하나하나가 삶의 발목지뢰가 될 수 있는 시대, 이젠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
빅데이터 전문가인 송길영 바이브컴퍼니 부사장이 빅데이터를 토대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변화를 예상한 신간 ‘그냥 하지 말라’에서 제안하는 대응법은 ‘진짜 착하게 살라’다. 그는 빅데이터가 쌓이면서 투명해진 시대엔 매사가 검증의 대상이 될 수 있으며, 회사에서 업무를 할 때도 과거 선배들처럼 대충 넘어가려 한다면 사내 고발이 날아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러한 사회적 감수성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과정을 그는 ‘생각의 현행화’로 정의한다. 책은 현행화를 위해 나이가 들어서도 살아가는 내내 본인의 배경 능력이나 경력을 계속해서 업데이트함으로써 스스로의 성장을 평생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종의 ‘재사회화’다.
저자는 20여 년 간 데이터를 분석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달라졌고, 생각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충실히 해야 한다”며 “그냥 하면 되는 것(Just do it)이 아니라 생각하는 게 먼저(Think first)”라고 말한다. 책 제목은 아무 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언행 이전에 생각부터 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중간만 가자는 자세로는 인공지능(AI)을 이길 수 없으며 근면함만으로는기계로부터 내 일을 지킬 수 없다. 이제 변화의 방향을 먼저 생각하고, 그 다음에 충실해야 한다. 미래를 예측하고 방향을 설정하는 도구는 빅데이터이며, 이를 토대로 도출한 변화의 상수는 1인 사회, 장수하는 인간, 비대면의 확산이다
저자는 책을 통해 ‘개인의 모든 것이 메시지’이며, 투명성이 강화된 시대에는 개인이 축적한 전문성을 기반으로 주체성 있게 살아가고자 하는 ‘진정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소비·콘텐츠·네트워크·라이프스타일 등 모든 것을 일관성 있게, 진심으로 선한 의도를 담아서 실행해야 ‘진짜’를 찾는 시대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게 책의 메시지다. 다만 인간이 AI가 아닌 감정이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이를 모두 실행할 때의 스트레스 관리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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