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사람들에게 자신과 연인 관계라는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여자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30대 남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이상현 부장검사)는 6일 상해치사죄를 적용해 이모씨(31)를 구속기소했다.
이씨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인 황모씨(26)와 다투다 머리 등 신체를 여러 차례 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사건 당시 이씨는 119에 "황씨가 술을 많이 마시고 취해서 넘어지다가 다쳤다"는 취지로 거짓 신고한 바 있다. 폭행으로 의식을 잃은 피해자는 외상성 뇌저부지주막하출혈(뇌출혈)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8월 17일 숨졌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사건 이틀 뒤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법원은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피해자 사망 후 부검 등 추가 수사를 거쳐 혐의를 상해치사로 변경한 뒤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이씨는 지난달 15일 구속됐다.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유족 면담과 법의학 자문 추가 의뢰, 현장 실황 조사, 폐쇄회로TV(CCTV) 영상 대검찰청 감정 의뢰 등 보완 수사를 해 폭행과 사망의 인과관계를 더욱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 수사 결과는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지난 8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글을 올려 "연인관계에서 사회적 약자를 폭행하는 범죄에 대해 엄벌하는 데이트폭력가중처벌법 신설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해당 청원문은 게시 기간인 1개월 동안 약 53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검찰의 기소 결정 후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입장문을 통해 "이미 폭력으로 실신한 황씨에게 반복적으로 강한 물리력을 행사하고 출동한 구급대원들에게 허위사실을 고지하는 등 치료를 방해한 이씨에게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며 "검찰이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하고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말했다.
또 "황씨의 죽음을 계기로 연인관계라는 점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해 또다시 누군가가 억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이씨에게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란다"며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황씨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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