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10일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최종 후보로 선출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 지사와 전격 회동을 할 지 관심이 쏠린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측이 ‘무효표 처리’ 문제를 두고 이의를 제기하는 등 사실상 불복 의사를 내비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과 이 지사의 회동은 후계 구도를 공식 인정받는 행보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이 지사 선출 직후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이재명 지사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지명을 축하한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냈다. ‘더불어민주당 당원으로서’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 등의 표현으로 경선 결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예상보다 빨리, 선제적으로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어 “선의의 경쟁을 펼친 다른 후보들에게도 위로와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미래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함께 노력’ 등을 강조하며 경선 결과를 둘러싼 당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앞서 이 지사는 10일 누적 득표율 50.29%로 이 전 대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용진 의원 등을 제치고 결선 투표 없이 민주당 대선 후보로 본선 직행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 전 대표 측은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얻은 2만3,731표와 김두관 의원의 4,411표를 무효표로 처리한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즉각 반발했다. 이들을 모조리 무효표로 처리하면서 총 투표수의 모수가 줄어 이 지사의 ‘턱걸이 과반’이 달성됐다는 논리였다. 정 전 총리와 김 의원이 얻은 표를 유효표로 보고 계산한다면 이 지사의 득표율은 49.31%로 내려간다. 여기에 3차 국민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지사와 이 전 대표가 각각 28.30%, 62.37%의 득표를 얻었음을 감안하면 결선투표에서 최종 결과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조만간 이 지사와 직접 만나거나 통화까지 할 경우 이 전 대표의 운신의 폭은 더 줄어들 수 있다. 지난 2002년 4월에도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무현 당시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만난 적이 있다. 2012년 9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대선 후보와 회동했다.
다만 대장동 의혹 사태에도 이례적으로 “엄중하게 지켜보고 있다”는 입장을 낸 만큼 문 대통령이 이 지사와의 접촉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찮게 나온다. 민주당 대선 경선 갈등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경우 자칫 대통령이 정치에 개입하는 모양새를 만들 수도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서울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이에 대해 “아직 확정된 게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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