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10일 마지막 경선 승리를 축하해야 하는 순간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이낙연 전 대표 측이 이른바 '무효표 논란'에 문제 제기를 하며 사실상 경선 불복을 시사한 것입니다. 이 후보는 "당이 결정하는대로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짧게 답했습니다.
이날 이 후보는 서울 지역 대의원·권리당원 온라인·자동응답(ARS) 투표 집계 결과, 유효투표수 8만8,893표 중 4만5,737표(득표율 51.45%)를 얻어 이 전 대표 3만2,445표(36.50%)보다 14.95%포인트를 앞서며 또 다시 지역 경선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3차 국민선거인단(국민+일반 당원) 투표 결과에선 이 후보가 7만441표(28.30%)에 그쳐 15만5,220표(62.37%)를 얻은 이 전 대표가 이 후보를 압도했습니다. 이에 누적 기준으로 57%까지도 넘봤던 이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50.29%(71만9,905표)로 가까스로 과반을 기록했습니다.
이제 이 전 대표 측은 정세균 전 총리와 김두관 의원의 득표를 무효표로 처리하지만 않았어도 결선으로 갈 수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유효표로 처리했을 경우 이 후보의 최종 득표율은 49.3%로 떨어져 결선투표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후보 확정 2시간여 만에 이 전 대표 측은 ‘무효표 처리'에 대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습니다.
이에 대해 이재명 후보는 기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당헌·당규가 있고 이를 적절하게 해석해서 당이 아마 잘 결정하지 않겠나 생각한다"며 "문재인 대통령께서도 축하 말씀을 해주셨다니까 저는 당이 결정하는 대로 처분을 기다리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실제 문 대통령은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을 통해 후보 지명 축하 메시지를 내놨습니다. “경선 절차가 원만하게 진행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도 했습니다. 문 대통령 메시지가 무색하게 이 전 대표 캠프는 무효표 처리에 대한 이의제기를 공식화하며 사실상 경선불복에 나선 것입니다.
이날 여당 내부에서는 3차 선거인단(슈퍼위크) 득표율에 놀라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했습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반응들이 이 후보 캠프를 비롯해 이 전 대표 캠프에서도 감지됐습니다. 이 후보는 광주·전남 지역 경선을 제외하고 순회 경선과 1, 2차 선거인단에서 이 전 대표를 압도하며 대세론에 안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3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이 전 대표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28.30%득표율로 ‘충격패’를 기록하자 ‘이기고도 웃지 못하는 형편’이 됐습니다.
일각에서는 굳어져 오던 ‘이재명 대세론’이 막판 대장동 의혹 논란 속에 사실상 뒤집혔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결국 본선에 이 후보의 결정적인 하자가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 ‘이낙연 몰표’로 나타났다는 해석입니다. 상당히 설득력이 있지만 3차 선거인단과 동시에 이뤄진 서울지역 권리당원 투표에서 이 후보가 이 전 대표를 멀찌감치 따돌렸다는 점에서 대장동 민감도에 따른 투표 결과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여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일반 선거인단보다 권리당원이 당심에 가깝고 정치 고관여층이라는 점에서 대장동 이슈가 3차 선거인단을 결정지었다고 보긴 과한 해석”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실제 일반인들이 권리당원보다 당에 애정을 갖고 대장동 위기감에 적극 반응했다고 보기에는 다소 비약적인 면이 있습니다.
3차 선거인단은 투표율 마저 기록적입니다. 앞서 1, 2차 투표율이 각각 77.37%, 59.66%였지만 3차에는 81.39%로 치솟았습니다. 득표율도 살펴보겠습니다. 1차에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각각 51.09%, 31.45%, 2차에서는 이 후보 58.17%, 이 전 대표 33.48%를 기록했습니다. 그랬던 격차가 3차에 이 후보 28.3%와 이 전대표 62.37%로 뒤집힌 겁니다.
다만, 대장동 이슈가 이 전 대표의 3차 득표율을 견인했다는 논리는 2차 투표가 29일부터 10월3일까지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이미 대장동 이슈는 추석 직전 주인 9월 13일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2차 투표와 3차 투표간 추세적인 흐름을 보이지 않고, 3차 투표에서만 이른바 ‘튀는 수치’가 나온 만큼 대장동 이슈가 3차 득표율을 좌우한 결정적 변수라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이에 여당 내부에서는 선거인단 투표시기보다 모집시기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3차 선거인단 모집만 유일하게 지역 경선 결과가 나온 이후에 진행됐습니다. 9월 12일은 충청권과 대구·경북·강원 지역 경선 결과에 이어 1차 선거인단 결과 발표까지 이뤄진 상태입니다.실제 1차(7월 5~11일)이후 2차(7월 16일~8월 3일) 선거인단 모집 중이던 7월19일 민주당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경선 연기를 발표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3차 모집 역시 한 달여 가량 뒤로 미루지면서 경선이 한창 진행중인 9월 14일까지 선거인단을 끌어모으게 된 겁니다.
경선 시작 직전 이 전 대표를 비롯해 정세균 전 총리 등 대선레이스에 뒤늦게 뛰어든 후보들이 경선연기론 불지피던 점을 고려하면 한달 간의 경선연기를 받아들인 당시 이 후보의 결정은 상당히 전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직전까지도 ‘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경선 연기론이 “패배주의 발상”이라며 극렬하게 반발했지만 당시엔 언제그랬냐는 듯 경선연기를 수용했습니다. 더구나 경선 도중 이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자 캠프 자체가 느슨해졌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일부 민주당 관계자들은 3차 선거인단 모집 기간 동안 이 전 대표 측으로부터는 선거인단 참여 권유 메시지를 여러차례 받았지만 이 후보 캠프에서는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는 전언도 나오고 있습니다. 결국 대세론에 안주한 이 후보 측이 경선연기에 뜻밖에 너그러웠고, 3차 선거인단 ‘영끌’에 나선 이 전 대표와 달리 여유를 부리다가 턱걸이 과반에 주저앉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어 보입니다.
선거는 이제 시작입니다. 무엇보다 대장동 파고가 쓰나미처럼 몰려들고 있습니다. 이제 대장동은 이재명 캠프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당 전체의 문제가 됐습니다. 여유는 한번으로 족해 보입니다.